디지털로 수익 다각화···"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것"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부동의 카드업권 1위, 신한카드의 지난해 실적이 뒷걸음쳤다.
고물가 악재를 뚫고 매출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불어난 조달비용, 건전성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각에선 5%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감소세에 선방했다는 평도 나온다.
문제는 올해 경영환경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업권 최대 규모의 자산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 속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천명하며, 체질개선에 들어간 신한카드의 행보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4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년 만에 순이익 감소세다.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신한카드의 누적순이익은 58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4분기 순이익은 5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6% 급감했다.
4분기 실적 악화는 금융지주 소속 카드사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실제로 금융지주계열 4개 카드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4164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감소했다. 이 중 KB국민카드는 9.6% 감소했으며, 하나카드는 23.4%나 급감했다. 우리카드만 소폭(1.8%) 증가했을 뿐이다.
다만 신한카드는 작년 말 기준 자산 43조원, 시장점유율 19.6%의 명실상부한 업권 1위 카드사라는 점에서 그 여파는 적잖다.
◆자금경색 '직격탄'···이자비용만 40% '급증'
이 같은 실적악화의 원인은 타사와 마찬가지로 증가한 비용과 리스크관리 때문이다.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자금조달을 차입금과 회사채 등에 의존한다.
그러나 지난해 금리인상기가 본격화되면서,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2021년말 2.372%에서 작년 말 5.536%로 두배 이상 급등했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 당시인 지난해 10월에는 여전채 금리가 사상 최초로 6%를 돌파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한카드의 지난해 영업비용은 3조4491억원로, 전년 대비 14%나 상승했다. 특히 이자비용은 7107억원으로 40.2%나 증가했는데, 특히 4분기 이자비용만 22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4%나 급증했다.
고금리로 인한 리스크 관리비용도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1.04%로 전년 동기 대비 0.24%포인트나 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은 약 36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늘었고, NPL 비율은 0.92%로 같은 기간 0.5%포인트 증가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560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7%나 증가한 가운데, 4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83.3%나 폭증한 191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손비용률은 지난해 말 기준 0.33%로 전년 동기 대비 0.06%포인트 개선됐다.
수익성도 훼손됐다. 지난해 연간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각각 1.55%, 8.91%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1.47%포인트씩 하락했다.
◆'덩치'에 발목 잡힌 수익성···매출 선방에도 '울상'
이런 수익성 악화를 두고 금융권에선 업권 1위의 규모가 발목을 잡았다고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신한카드의 매출은 오히려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물가 기조에도 신용판매 부문의 결제금액은 182조3554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늘었고, 할부·리스 이용규모는 7조4397억원으로 13.2%나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신한카드의 영업수익은 4조84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자금조달 부문이다. 작년 말 기준 신한카드의 회사채와 차입금 규모는 18조5377억원, 9조1362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각각 3.9%, 37.1%씩 증가했다.
현재 신한카드의 회사채와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48.8%, 21.2%로, 외부 자금조달 비용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3분기 기준 차입금 의존도가 80%를 웃돈 현대·우리·하나카드 등과 비교해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자산 규모면에서 월등히 크다보니 조달한 자금규모 역시 타 사를 크게 상회한다.
통상 회사채는 3년 이상 장기로 운영하며, 차입금의 경우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금리인상기를 맞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며 3년 이상의 장기물 조달 여건이 악화됐다.
결국 신한카드는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회사채 대신 지급능력과 리스크 평가를 바탕으로 한 차입금 비중을 늘렸는데, 신용위험과 고금리 등이 반영돼 비용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말 자금경색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자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단기차입금을 울며 겨자먹기로 늘렸고, 이는 수익성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한카드 관계자는 "미래 불확실성 대비를 위한 충당금 증가와 조달비용 상승으로 인한 이자 비용 증가가 실적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며 "다만 녹록지 않은 여러 요인에도 순이익 감소폭이 소폭에 그쳤으며, 미래 투자와 ESG 공헌 역시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또한 자금조달 관련해서도 그는 "올해 시장 상황의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할부·리스에서 디지털로···신한카드는 체질개선 중
이 같은 상황은 지난 2019년을 연상케 한다. 지난 2019년 신한카드는 전년 대비 2% 감소한 508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실적이 악화된 주된 원인은 훼손된 본업 경쟁력 때문이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수수료 우대 구간을 30억원 이하까지 확대하고, 우대 수수료율을 0.8~1.6%(신용카드 기준)로 수수료율을 개편했다. 이에 2019년 신한카드의 영업수익은 3조8946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한 반면,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은 2조9535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감소했다.
당시 신한카드가 꺼내든 '비장의 카드'는 수익구조의 다변화였다. 신한카드는 2018년 말 오토사업본부와 수입차금융팀, 렌탈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이어 2020년 3월에는 5000억원 규모의 현대캐피탈 렌터카 자산을, 같은 해 8월에는 신한캐피탈의 자동차금융과 리테일 자산 1조원 규모를 인수했다. 할부·리스 사업 확대를 통해 수수료 의존도를 낮추고, 금융상품을 교차 판매하는 것으로 수익기반을 넓힌 셈이다.
이에 2021년 말 기준 신한카드의 자산은 38조370억원으로 2018년 말 대비 2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할부금융 자산은 3조9143억원으로 47.7% , 리스자산은 2조6492억원으로 73.7%나 급증했다. 전체 자산에서 할부금융·리스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10.3%, 7%로 2018년 대비 1.3%포인트, 1.8%포인트씩 확대됐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신한카드의 2020년 순이익은 6065억원으로 전년 대비 19.2% 증가했으며, 2021년(6750억원)에는 11.3% 증가하는 성장세를 시현했다.
문제는 지난해 초 당국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 경쟁력이 또 다시 하락했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한카드의 선택은 디지털·플랫폼 확대였다.
지난해 신한카드는 자사 결제플랫폼 '신한플레이(신한pLay)'를 중심으로 기존 앱을 통합했으며, 자동차종합플랫폼 '신한마이카(MyCar)'와 온라인 직영몰 '신한카드 올댓(Allthat)' 등 내세우며 생활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에 신한플레이 월이용회원수(MAU)는 지난해 말 804만명으로 1년새 200만명 이상 증가하는 등 다른 금융사나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신한카드는 2021년 말 SK텔레콤·KCB 등과 함께 이종 데이터 결합 얼라이언스 플랫폼인 '그랜데이터(GranData)'를 출범시켰다. 이어 작년 말엔 민간 사업자 중 최초로 '민간 데이터 전문기관'으로 예비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신한카드는 이를 바탕으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신한카드의 디지털 결제금액은 약 45조원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폭증했다. 특히 지난해 금융상품과 간편결제 부문의 디지털커버리지(신규기준 총거래건수에서 디지털거래건수 비중)는 각각 64.4%, 26.3%로 전년 대비 4.9%포인트, 2.3%포인트씩 확대됐다.
반면 지난해 판매관리비는 7416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감소하는 등 영업효율화 부문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신한카드의 새수장 선임이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탄탄한 성과를 기록한 장수 CEO 임영진 전 사장 대신 문동권 전 신한카드 경영기획그룹장 부사장(54)을 차기 사장으로 선임했다.
문 사장은 2009년 통합 신한카드 출범 이후 최초의 내부 출신 CEO로, 신한카드 전략기획팀 부장을 거쳐 영남BU 본부장, 기획본부장, 경영기획그룹 부사장 등을 역임한 '전략통'으로 꼽힌다. 특히 1968년생 '젊은 피'인 만큼, 전통적 금융사인 신한카드를 플랫폼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시킬 적임자라는 평이다.
그는 올해 사업전략 방향으로 '딥밸류(Deep VALUE)'를 내세우며, △최고 수준의 결제 편의성 제공 △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 △디지털·빅데이터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의 진화 등을 과제로 내놨다. 이를 통해 새로운 니즈에 부응하는 차별화된 가치 창출하는 것으로, 올해의 복합 위기 환경을 돌파한다는 복안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신사업 발굴과 투자를 지속 진행하면서, 본업과 신사업 부문의 균형적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데이터와 디지털을 기반으로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