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주요 지표 '금융채 금리' 일제히 하락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연쇄 파산 사태로 미국의 긴축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그 여파가 대출금리 하락세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SVB 파산 사태 이후 가계대출의 지표가 되는 금융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 13일 금융채 6개월물(무보증·AAA) 금리는 3.688%로, 전 거래일(10일·3.770%)보다 0.082%p(포인트) 하락 마감했다. 금융채 6개월물 금리가 3.7%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16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금융채 6개월물 금리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 변동금리, 신용대출의 기준이 된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3일 4.080%로 전 거래일(4.292%)보다 0.212%p 떨어졌다.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최근 한 달 새 4.5%대까지 치솟았는데, SVB 사태 여파로 곧 3%대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채 금리는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채 금리와 흐름을 같이 하는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이날 오후 2시7분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311%로 전일 최종호가(3.435%)보다 0.124%p 떨어졌다.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전일(3.398%)보다 0.124%p 떨어진 3.274%, 10년물 금리는 0.101%p 떨어진 3.304%를 기록 중이다.
미국 긴축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에 최근 들어 오름세를 보이던 시장금리는 SVB사태를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동안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SVB사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섣불리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못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실제 이달 연준의 금리인상을 전망했던 시장 전문가들은 SVB사태 이후 전망을 동결 혹은 인하로 바꾸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는 연준이 이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은 금리 0.25%p 인하를 전망했다. 연준은 오는 21~22일 FOMC를 열고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SVB사태를 계기로 연준의 과잉긴축에 대한 고민과 부담은 커지고 추가 긴축 여지와 당위성은 크게 비좁아질 것"이라며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은 미국 내 중소·지역 상업은행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추가 타격을 가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면 한국은행도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진다. 긴축기조가 다소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이어지면 시장금리 하락세는 더 커질 수 있다. 대출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코픽스·금융채 6개월물)는 연 4.52~6.818%,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는 연 4.46~6.36%를 기록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SVB 사태 직전까지 시장금리가 오르는 추세였기 때문에 내일 발표되는 코픽스 금리는 전월보다 오를 수 있다"면서도 "다만 SVB 사태로 당분간 긴축완화 기조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