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탄소배출권 시장에 대한 증권사들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탄소배출권 거래 정착을 위한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참여 증권사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탄소배출권시장 회원자격을 취득한 20개 증권사들이 전담부서를 조직하는 등 탄소배출권 시장 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참여 증권사 20곳은 교보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부국증권, 삼성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KB증권, SK증권이다.
이들 중 지난 2월 기준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매매 및 장외거래 중개업무'를 신청한 증권사는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8곳이다.
탄소배출권은 기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이를 담은 배출권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으며 투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크게 탄소감축 의무가 있는 규제 대상 기업이 배출권을 거래하는 '규제적 탄소시장'(CCM)과 감축대상에 속하지 않은 기업·기관·비영리조직(NGO) 등이 자율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활동으로 확보한 탄소 크레딧을 거래하는 '자발적 탄소시장'(VCM)으로 분류된다. 최근 ESG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대안 마련에 나서면서 증권사들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자발적 탄소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FICC운용본부 내 탄소·에너지금융팀을 신설하고 올해 탄소배출권 관련 사업 역량 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부터 탄소배출 모니터링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 후 매달 탄소배출량 통계를 경영지원팀을 통해 정리 및 보고하는 등 탄소 배출량을 관리하고 있다.
최근 KB증권은 사옥 2곳에 연간 16만KWh 용량의 태양광발전 시설을 구축하고 발전설비를 본격 가동했다. KB증권 측은 이번 발전설비 가동을 통해 연간 28톤가량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친환경 벤처기업인 4EN(포이엔)과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투자로 2030년까지 총 16만7000이산화탄소톤(tCO2)에 상당하는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운용사업부 내 탄소금융팀을 신설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탄소배출권 거래소 CIX(Climate Impact X)와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말 한국중부발전과 자발적 탄소시장 배출권 사업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해당 업무협약을 통해 양사는 온실가스 절감을 위한 각종 국제 사업에 공동 투자하면서 2030년 도입 예정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활성화 단계는 아니지만 시장 선점을 위해 업계가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배출권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상당수의 기업은 무상으로 배출권을 할당 받으며, 유상으로 할당받는 기업도 유상할당 비율이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배출권 구매에 대한 재무적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2026년부터 시행되는 제 4차 계획기간엔 할당대상 업종 증가 및 유상할당 비율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높고,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앞두고 국내 배출권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며 "국내 기업의 배출권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