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정부는 우리 기업의 중국 현지공장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유예 조치가 오는 10월 끝나는 것과 관련해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근본적 조치' 마련을 미국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을 두고, 한미 정상이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방향에 대해 명쾌하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을 방문 중인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제1차 한미 공급망 산업대화'(SCCD)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산업부가 28일 전했다.
이 장관은 우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 운영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적용한 1년 간 포괄허가(수출통제 유예) 조치가 10월 종료돼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고 소개하면서 미국 측이 '보다 근본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양국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교란을 최소화하고 반도체 산업 지속력과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해 보다 예측 가능하게 수출통제 조치를 운영하는 방안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IRA 논의도 다뤄졌다. 이 장관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 청정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서 대미 투자를 이어가는 한국 기업이 세액공제 혜택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미국 상무부가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IRA나 반도체과학법을 두고 한미정상회담에서 구체적 해법이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 간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방향에 대해선 명쾌하게 합의됐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최근 확정한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라 할지라도 올해는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시 375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미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사용한 배터리 부품을 사용시에도 375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현지에서 조달한 광물로 현지에서 조립한 배터리를 사용하며, 현지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기차에는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에 따라 IRA 세부지침으로 국고 보조금을 받게 되는 전기차는 모두 GM, 포드, 스텔란티스, 테슬라 등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며,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미국 반도체과학법에 따르면 미국 현지 설비투자에 대한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은 반도체 공장의 웨이퍼 종류별 생산능력, 가동률, 예상 웨이퍼 수율, 생산 첫 해 판매 가격, 이후 연도별 생산량과 판매 가격 증감 등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반도체 기업에는 수율의 경우 민감한 영업 기밀이다. 현재 버전의 반도체 수율을 알게 되면 마진이나 향후 영업 전략 등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소재, 소모품, 화학품과 공장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공공요금, 연구개발(R&D) 비용 등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보조금을 받은 반도체 기업은 예상 수익을 초과한 수익의 최대 75%를 미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