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회복이 제1 과제···외부 소통 늘려갈 필요성도 제기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5년 전 구본무 LG 선대 회장의 별세 후 한 달이 지났을 때, 3년 여 간 짧은 경영 수업을 마친 LG 4세 경영인이 등장했다. 만 40세의 젊은 총수, 구광모 LG 회장의 등장으로 LG그룹에는 '변화'가 시작했다. 모범생이라 불리며 보수적인 경영을 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LG에 역동성을 불어넣으며 지난 5년간 LG에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는 게 업계 평가다.
오는 29일 구광모 회장은 취임 5주년을 맞는다. LG그룹의 지난 5년간 경영 변곡점 톱3를 꼽으라면 △LX 계열 분리 △스마트폰 사업 철수 △LG에너지솔루션 탄생을 들 수 있다.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 사업 구조는 재편을 거듭했다. 특히 장자 승계 원칙과 계열 분리라는 가풍의 수순으로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등이 LX 그룹으로 분리됐다. 2017년 말 14곳이던 자회사는 지난해 기준 9곳으로 감소했다.
구 회장 취임 전부터 현재까지 LG그룹에 속해 있는 계열사(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LG스포츠, LG경영개발원) 9곳의 총 매출 합계는 2017년 156조623억원에서 2022년 214조3468억원으로 37.4% 증가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문제는 수익성이다. 9개사의 총 영업이익 합계는 2017년 12조3118억원에서 2022년 11조7256억원으로 4.76% 감소했다.
구 회장의 대표적인 '승부수'로 꼽히는 건 단연 LG에너지솔루션 탄생이다. 2020년 LG화학이 2차전지 분야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 분할해 상장됐다. 당시 주주들 반발이 극심했지만, 현재는 국내 배터리 업계 1위는 물론 세계적인 배터리 제조사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1조2000억원의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세우며 LG그룹의 수익성 개선에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고 다른 몇몇 계열사도 수익성 악화에 빠져 있다.
계열사별로 보면 현재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스포츠의 수익성이 감소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와 LG스포츠는 적자인 상황이다. LG화학의 영업이익은 5년 전보다는 소폭 상승한 수치이지만, LG에너지솔루션을 떼어낸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700억원으로 전년(3조200억원) 대비 64.57%나 감소했다. 계열사들의 수익성 부진은 구 회장이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다.
LG전자의 체질 개선은 '스마트폰 사업 철수'라는 과감한 결정에서 시작됐다. 한 때 세계 3위까지 올랐던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23분기 연속 적자에 빠졌다. 구 회장은 이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히 접고 LG전자를 전기차 전자장치(전장) 사업에 집중토록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그의 과감한 결정은 미래를 예측한 듯 정확히 들어맞아 전장사업이 미래 캐시카우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그는 태양광 사업을 과감히 철수하고, 미래 로봇사업을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의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철수가 다소 늦어진 것이 현재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됐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구광모 회장의 5년 경영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한계사업 조정, 성장사업 구조로 재편'이다.
다만 경영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한 것과 달리 그의 '경영 소통'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다른 10대 그룹 총수들보다는 외부 활동이 적은 편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적극 소통하고 있는데, 다만 이를 널리 알리진 않아서 생기는 오해"라고 말했다.
한편 구 회장의 취임 5주년 행사는 별도 진행되지 않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