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차주의 월 원리금 부담을 완화하고자 은행권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속속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농협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농업인이라면 만기 40년짜리 기존 주담대가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주담대에서 제공하던 농업인에 대한 우대금리 혜택을 50년 주담대에서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농업인이 아닌 대출자들의 비중이 많은 주담대 특성상 최대한 많은 대출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다른 우대금리 항목을 신설하는 등의 금리 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5일 주담대 상품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혼합형)'의 대출기간을 최장 4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했다. 농협은행뿐 아니라 하나은행, Sh수협은행, DGB대구은행 등도 같은 상품을 내놓는 등 50년 만기 주담대는 최근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주담대 만기 연장은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만기가 늘어나면 매월 갚아야 할 원리금이 줄어들게 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아래에서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월 상환액이 줄어드는 대신 이자 총액은 늘어나지만, 주담대는 중도에 상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에서 차주들이 느낄 부담은 사실상 크지 않다.
이런 가운데, 농협은행에서는 일부 우대금리 조건에 따라 50년 만기 주담대보다 40년 만기를 선택했을 때 원리금 부담이 더 낮은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농업인'이 해당 상품을 이용하는 경우다. 같은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 상품이지만 40년 만기 선택시 농업인에게 제공하는 우대금리 조건은 0.5%p(포인트), 50년 만기 선택시의 우대금리 조건은 0.1%p로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금리구조를 살펴보면, 40년 만기 상품과 50년 만기 상품의 기준금리(금융채 5년물)와 가산금리는 이날 기준 4.34%, 1.26%로 동일했다. 그러나 우대금리는 농업인에 대한 혜택이 더 큰 40년 만기 상품이 1.70%, 50년 만기 상품이 1.30%로 다르다. 이에 따라 두 상품의 최종금리 하단에서도 차이가 발생했는데, 이날 기준 40년 만기의 금리는 연 3.9~5.6%, 50년 만기는 연 4.3~5.6%였다.
우대금리 조건은 두 상품 모두 △카드결제 실적 등 거래실적 우대 △농업인 우대 등 정책우대 △NH상생지원 프로그램 등 상품우대 등 3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공통된 부분은 거래실적 우대금리(0.8%p)와 NH상생지원 프로그램 특별 우대금리(0.2~0.3%p)였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부분은 농업인에 대한 우대금리였다. 같은 조건을 충족한다고 했을 때 차주가 농업인이냐 아니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리혜택 차이가 컸던 것이다.
예컨대, 두 상품의 공통 우대금리 조건인 △거래실적 0.8%p △NH상생지원 0.2%p(50년만기)~0.3%p(40년만기) 등 2가지를 충족한 농업인 A씨가 주담대 2억원(원리금균등상환)을 빌리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A씨가 만기 40년을 선택해 0.5%p의 농업인 우대혜택을 받으면 최종 산출금리는 연 4.0%(5.6%-1.1%p-0.5%p)다. 동일한 조건으로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면 최종 금리는 연 4.5%(5.6%-1.0%p-0.1%p)다.
금리 연 4.0%로 주담대 2억원(만기 40년)을 빌렸을 때 A씨가 매월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83만5877원, 총 이자는 2억122만931원이다. 반면, 금리 연 4.5%로 주담대 2억원(만기 50년)을 빌렸을 때의 매월 원리금은 83만8780원, 총 이자는 3억326만7719원이다. 40년으로 선택했을 때의 월 원리금이 오히려 2903원 더 적었다.
주담대 원리금 부담을 줄이고자 50년짜리 만기를 도입했지만, 농업인은 사실상 혜택에서 예외된 셈이다. 물론 이는 농협은행 홈페이지상의 수치를 기반으로 계산한 경우로, 대출자의 신용등급 등에 따라 금리와 이자액은 해당 예시와 다르게 산출될 수 있다.
농협은행 측은 농업인보다 일반인의 주담대 이용 비중이 많은 만큼, 상품을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자 농업인 우대혜택을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50년 만기 상품에는 △만 39세 이하 청년우대(0.1%p)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우대(0.1%p) 등 기존에 없던 혜택이 추가됐다.
또 대출상담 과정에서 혜택이 더 큰 40년 만기 상품을 안내하는 등 실질적으로 농업인들이 불이익이 보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농업인보다 일반인의 주담대 가입 비중이 많은데, 농업인에 대한 우대금리를 많이 줘서 최저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내는 게 오히려 속보이는 것 아니냔 판단이 있었다"며 "원리금 부담 완화 측면에서 농업인이라면 40년만기가, 일반인이라면 50년만기가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농촌지역은 고가의 아파트도 상대적으로 적고, 50년 만기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다"며 "고령층의 비중이 많은 농업인들은 대면으로 창구에서 대출을 받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때 영업점에서 농업인들에게 더 혜택이 많은 상품을 안내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보는 부분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