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 장악'에 대한 의혹과 정황이 끝없이 제기되고 있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의 인사 청문회가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렸다.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언론 장악과 아들의 학교폭력 의혹을 두고 여야의 충돌이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과거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 등을 지내며 YTN과 조선일보 등 언론사의 '문제 보도'를 관리하고 국가정보원에 언론 장악 문건 작성을 요청, 실행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야당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MBC의 좌편향 인물 포진으로 왜곡·편파보도 우려가 있다. 경영진과 협조해 좌편향 제작진 배제 및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국정원의 공영방송 인사개입 문건에서 보고 요청 주체로 지목됐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YTN 문제보도 관리 건에 대해 "YTN 보도 리스트 문건을 보면 밥 먹듯이 방송에 개입했다는 것이 나와있다"며 "언론을 권력 편에 세우려 하는 아주 위험한 사고방식이 곳곳에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언론 장악이 아닌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우호적 보도가 나오도록 노력하는 것은 홍보 라인의 기본 직무"라며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국정원 문건과 관련해서도 "(보고서를) 전달받은 적 없다"고 일축했으나, 이후 "처음에 한두 번 가져오길래 봤으나 참고가 되지 않는 내용들뿐이라 갖고 오지 말라고 했다"고 번복했다.
국회 과방위원장을 맡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자의 자격 검증을 요청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비난을 쏟기도 했다.
장 위원장은 민형배 의원이 이 후보자가 지난 2008년 10월 이병순 당시 KBS 사장에게 전화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한 아침방송 진행자를 교체해 달라 요청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대통령이 언론사 사장하고 통화하면 안되나. 그런 걸 문제 삼고···"라고 소리쳤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언론 장악 시도 외에도 아들의 학교 폭력 의혹을 두고 설전이 벌여졌다. 이 후보는 지난 2011년 서울 소재의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하나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아들이 학교폭력을 저지르자 이를 직접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후보는 해당 의혹에 대한 야당의 지적에 "이미 성장해서 사회생활 잘 하고 있는 아이들의 과거를 다시 끄집어내는 게 교육적인가"라며 "가장 우선시해야하는 것은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이어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의사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는 "점심 먹으면서 생각해보겠다"며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현업 언론인 단체와 시민단체은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 장악의 장본인이었던 이 후보자에 대해 "표현의 자유 파괴 사법"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10여개 언론 단체는 이날 이 후보의 청문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홍보수석 등으로 재직하던 당시 국정원까지 동원하며 언론계 사찰, 방송사 인사 개입, 비판 언론인 해직 등을 주도한 자"라며 "언론 탄압을 통해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이 후보자는 자신의 과오를 성찰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