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모방상품 결국 '제살깎기'
은행 모방상품 결국 '제살깎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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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聯 신상품심의위원회 '유명무실'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국내 시중은행들이 대동소이한 여수신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베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이 출시한 'KB유비무환 모기지론'과 우리은행의 '금리안심파워론' 등은 하나은행이 지난해 출시한 '이자안전지대론'의 '아류 상품'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또, 각 은행들이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 대항마 상품으로 출시하고 있는 '스윙상품' 역시 기업은행이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한 '아이플랜 통장'이 최초지만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비슷한 구조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초 상품 '사장' 우려
하나은행이 지난해 5월 출시한 '이자 안전지대론'은 금리 상승기에도 시중금리 상승과 상관없이 대출이자를 고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넉달 뒤에 우리은행이 이와 비슷한 구조의 '입주자안심론'을 출시했고, 올해에는 기업·외환·국민은행, 농협 등이 금리상한 대출을 선보였다. 신한은행 역시 조만간 유사한 구조의 대출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최초로 출시된 상품은 수개월도 안돼 고객들에게 외면 받기 일쑤"라며 "은행들이 비슷한 구조의 업그레이드 상품을 내놓으면 자연스럽게 이전 출시된 상품은 사장될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실제로 금리상한제 상품의 시초인 '이자안전지대론'은 출시 초기에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여타 은행들이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는 바람에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게 하나은행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스윙상품 역시 은행권의 대표적인 모방 상품으로 꼽힌다.
'스위핑(Sweeping) 예금'으로도 불리는 이 상품은 일정금액 이상 예치시 보통예금에서 고금리계좌로 자동으로 나머지 잔액을 '쓸어주는' 구조의 상품이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8월 출시했던 '아이플랜 급여통장'은 보통예금 계좌에 두개의 가상계좌를 만들어 일정금액 이상에는 고금리 이자를 주고 나머지 잔액에 대해선 보통예금 금리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 예금 출시 당시 기업은행은 잔액 300만원 이상에 대해 고금리를 지급했지만 여타 은행들이 비슷한 구조의 업그레이드 상품을 선보이자 출시 6개월 만에 기준 한도를 100만원 한도로 끌어내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을 상당부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수익성 개선에는 도움이 안 되는 상품이지만 개인고객 확보가 급한 기업은행으로선 출시가 불가피했다"며 "개인고객층이 충분한 여타 은행들이 너도나도 유사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고는 사실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미지 훼손만
은행권에 부는 이같은 '모방열풍'은 결국 은행권 전체의 수익성 하락은 물론 후진적인 상품개발 문화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아이플랜 급여통장'은 출시 직후 고객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한달여 만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유사상품을 선보이면서 상품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CMA와 연계한 '빅팟통장'에 이어 최근에는 펀드와 연계된 '빅팟스마트통장'까지 잇따라 선보이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윙상품의 시초인 기업은행의 '아이플랜 급여통장'을 오히려 모방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고객도 적지 않다는 게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대로, 스윙상품의 사례처럼 한달여에 걸쳐 유사상품이 출시될 경우 '모방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은행이 특정 상품을 개발해 출시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각 상품의 성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금융당국의 승인과 시스템개발 과정까지 거칠 경우 일반적으로 한달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스위핑상품' 개발은 지난해 3월에 이미 완료됐었다"며 "워낙 파격적인 조건의 상품이다 보니 검토작업이 길어져 출시가 늦어졌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상품개발 완료와 출시시점 사이에 상품과 관련된 정보가 샜다는 얘기다.  
또 모방상품이 실적에 큰 효과 없이 은행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은행의 '이자안전지대론' 출시 이후 약 10개월 만에 출시된 국민은행의 'KB유비무환 모기지론'은 출시 2주동안 10여건 판매에 그쳤으며, 앞서 4월 출시된 우리은행의 '금리안심파워론' 실적도 60건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금리상한제 상품이 외면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변동금리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CD금리가 횡보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각 은행들이 너도나도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면서 상품 차별성이 희석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각 은행들은 이같은 모방상품에 대한 피해에 대해 일정부분 공감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시중은행들은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출시 6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허용하는 '상품선발이익보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은행 간 '신사협정'이기 때문에 강제성이 전혀 없다. 신상품심의위원회의 존재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여수신 상품의 경우 특허권의 기준이 모호한 데다 특허 신청부터 등록까지 1년이 넘게 걸려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결국 모방상품은 은행 간 상도덕 차원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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