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해당 약관 바꾸도록 은행에 권고할 것"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이 약관에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하거나 고객 신용정보를 동의 없이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등 고객에게 불리하게 만든 조항들이 대거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제·개정된 은행과 상호저축은행의 금융거래 약관 1391개를 심사한 결과,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약관 20개 유형 129개 조항(은행 113개·저축은행 16개)을 적발해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7일 밝혔다.
주요 사례를 보면 일부 은행은 '기타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안내하는 사항을 위반한 경우'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다고 약관에 규정하거나 '기업 고객이 수수료를 연체하면 별도 통보 없이 해당 서비스를 중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일부 저축은행에선 체크카드 회원약관에 '서비스의 내용은 금융회사 등과 저축은행의 사정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규정한 경우도 있었다.
공정위는 "(서비스 제한·변경) 사유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고객에게 시정 기회를 부여하지 않아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계약할 땐 대출 약정일 기준 금리만 안내하고 대출 실행일에 실제 적용될 대출이자율의 개별 통지를 생략할 수 있게 한 조항과 이용자의 정보를 '관련 약관 등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고 한 조항도 불공정 약관으로 지적됐다.
공정위는 "고객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개별 통지해야 한다"며 "'약관 등에 따라 신용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하면 은행이 고객의 동의 없이 광범위하게 개인·기업의 정보를 활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기재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은행이 대출 승인을 취소하거나 대출을 회수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는 조항, 은행에 채무변제 충당권(은행에 대한 예금주의 채무변제에 예금을 쓸 수 있는 권리)을 포괄적으로 부여한 조항, 은행의 중과실이 없는 전산·인터넷 장애로 발생한 손해를 고객이 부담하도록 한 조항 등도 시정될 예정이다.
관련 법에 따라 금융위는 은행·저축은행으로부터 신고·보고받은 제·개정 약관을 공정위에 통보해야 하고, 공정위가 시정을 요청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매년 금융사들의 약관 불공정 여부를 심사해왔다.
이날 공정위 발표 이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시정 요청받은 약관을 변경하도록 은행들에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향후 유사한 지적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약관 심사업무 실효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회사가 금융당국에 약관을 신고하기 전 공정위의 주요 불공정 약관 지적 사례를 조회하고 자체 점검하는 절차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공정위는 여신전문금융사 약관에 대한 심사 결과는 다음달,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약관 심사 결과는 오는 12월까지 마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