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인구 증가와 예산 예측하지 못해 탄생한 '지옥철'
서울시는 경기·인천철도 연결 시 혼잡률 120% 이하 요청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출근 시간이 오전 9시인데 출근 지하철 혼잡을 피하려고 일부러 8시까지 회사에 갑니다."
11일 오전 7시30분 '김포골드라인' 열차 안에는 서울로 출근하는 승객들이 지친 얼굴을 가까이 붙여가며 서 있었다. 김포공항역 2전역인 풍무역에서 이미 만차 상태로 출발해 다음 역인 고촌 역에 도착했고, 승강장에 대기하던 승객들은 꽉 찬 열차로 몸을 억지로 구겨 넣었다. 승강장에 선 다수의 사람들은 열차에 타지도 못한 채 안내요원의 안내에 따라 다음 열차를 기다려야 했다.
고촌역에서 타는 승객들은 다른 이들을 밀면서 승차해 인상을 찌푸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이들은 "어차피 다음도, 다음 차도 만차인 건 똑같아서 밀고 타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동되는 에어콘에도 일부 승객들은 앞 뒤로 몸이 짓눌려 더운지 얼굴에 땀이 맺혀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던 한 여자 승객은 답답한지 마스크를 벗으며 숨을 크게 들이쉬기도 했다.
앞서 경기도와 김포시는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완화를 위해 지난 4월18일 70번 버스에 주요 역사를 경유하는 직행버스를 추가 운행하는 등 특별대책을 발표했지만 열차를 타기 위한 승객들의 전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열차가 김포공항역에 도착하자 승강장에 안전요원들이 다수 나와 있었다. 승강장 한쪽에는 응급처치 부스를 배치하고 응급요원도 2-3명 대기 중이었다. 열차가 도착하면 꼭 5~6명 정도는 승강장에 마련된 벤치에 잠시 앉아 호흡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다. 응급요원들은 호흡을 고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물이 필요한지, 어디가 불편한지를 물었다. 그중 한 여성 승객은 대답을 잘 못하다가 응급요원의 권고에 의해 보조 침대에 누워 응급조치를 받았다.
퇴근 시간대도 '지옥철'은 계속됐다. 지난 8일 오후 6시30분 김포골드라인 승강장은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서, 하행 에스컬레이터 위 안전요원이 인파가 내려가는 것을 막았다가 풀어주는 걸 반복하며 혼잡을 해소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포 골드라인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수가 한 열차가 수용하는 인원보다 훨씬 웃돌았는지 승강장까지 내려가는 줄은 점점 길어졌다. 승강장 위쪽 공간에 이어 계단 맨 위까지 줄이 늘어났고, 어떤 사람들은 하행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조마조마하게 손잡이를 붙잡고 서 있어 위태롭게 보였다.
근무 중이던 한 안전요원은 "사람들이 저렇게 계단 위에 서 있어 사고 날까 무척이나 불안하다"며 "퇴근 시간대는 그나마 길을 통제하고 하는 걸 사람들이 잘 기다려 주는 편이다. 출근시간에는 밀치고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승강장 벤치에 앉아 호흡을 고르던 승객 최 모 씨도 "집 근처에 지하철이 들어와서 출퇴근 시간이 단축됐다"면서도 "근데 출근시간이 너무 고통스럽다. 여름에는 특히 더 힘들어 이사 가야겠다는 생각을 자주했다"고 말했다.
2기 신도시인 한강 신도시는 집값 상승 기조와 더불어 김포 골드라인 개통으로 집값이 크게 상승한 곳이다. '한강신도시 3차 푸르지오' 전용 59㎡는 2020년 초 3억~3억3000만원에서 2021년 4월 4억8000만원까지 실거래 되면서 1년 새 60% 급등했다. 같은 기간 ' 풍경마을 래미안 한강 2차' 전용 84㎡도 3억8000~4억2000만원에서 1년새 6억7~8000만원을 형성해 65%이상 상승했다. 김포공항역에 가까운 고촌역 주변의 '수기마을힐스테이트'(2008년 입주)는 4억3000~5000만원이던 실거래가가 같은 기간 최고 7억원까지 오른 모습을 보였다.
김포시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골드라인 계획 당시인 2012년 김포시 인구는 28만7000여 명였으나, 한강신도시 대규모 택지지구가 개발돼 2021년에는 47만4000여 명, 2022년 48만4300여 명, 2023년8월 48만6000여 명으로 지속 증가했다. 그러나 이런 인구 증가에 대해 제대로 된 대중교통대책과 예산을 만들지 못했다.
원래 9호선으로 연장을 추진했던 사업이 타당성 문제로 지하 경전철로 통과되면서 국비 예산을 받지 못하게 됐고, 결국 예산 감축을 위해 기존 4량 열차를 2량(수송인원 300명)까지 줄이며 살인적 혼잡률(285%)를 보이는 '지옥철'을 탄생시킨 것이다. 통상 혼잡률 100%는 열차 1량에 입석과 좌석을 포함해 적정 수송인원(160명)이 탄 상태를 말한다. 2차량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승객은 300명이지만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 김포골드라인에는 이보다 약 3배 정도의 승객들이 탄다.
서울지하철 5호선이 기존 종점이던 방화역에서 연장돼 한강 신도시까지 이어지는 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경기도 신도시와 서울을 잇는 교통망 확정은 순탄치만은 않다. 서울시가 서울 바깥 지역에 대해 지하철 연장 노선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로 하는 '원안자 부담(경기도 등이 부담)' 원칙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경기·인천도시철도를 서울지하철과 연결할 때 최대 혼잡률을 기존 150%에서 120%이하로 지난 5월 변경한 뒤, 이를 맞춰야 노선 연장에 협의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위해 신도시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과는 반비례하게 직장인들의 출퇴근 교통 관련 사업들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