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 폐지에 쏟아진 은행채···이달에만 5.6조 순발행
회사채 발행 줄이는 카드사···"하반기 실적악화 우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여전채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5%에 육박했다. 은행채 발행 한도 폐지 등으로, 카드채 발행 환경이 악화된 것이다. 비용부담에 못이긴 카드사들은 회사채 발행규모를 줄이고 있으며, 이는 영업 축소 및 실적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기준 여전채(AA+ 3년물) 금리가 4.848%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인 12일(4.681%) 대비 0.2%포인트(p)나 오른 수치다.
앞서 여전채 금리는 지난해 6%를 돌파한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3월 3%대에 진입했지만,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반등했다. 이달 4일에는 4.883%까지 급등한 바 있다.
최근 여전채 금리 상승세의 주요인은 은행채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당시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작년 10월부터 우량채인 은행채를 사실상 제한한 바 있다. 이는 은행권 예금금리 인상 경쟁으로 이어졌다.
이후 당국은 올해 3월부터 월별 만기 도래분의 125%까지 은행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7월부터는 분기별 만기도래 물량의 125%까지 한도를 늘렸으며, 이달부터 아예 폐지했다. 그 결과 이달 1~19일 기준 은행채 순발행 규모는 5조6000억원으로, 지난달 전체 순발행 규모(5조800억원)를 웃돌고 있다.
이렇듯 우량채인 은행채가 대거 풀리면서,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낮은 여전채는 더 높은 금리로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여기에 글로벌 고금리 기조 지속 전망 등으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4%를 돌파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여전채 금리 역시 더욱 상승할 예정이다.
그 결과 카드채 발행이 급감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채 발행규모는 2조900억원으로 전월 대비 34.7%나 급감했다. 나아가 이달 1~19일 발행된 카드채는 총 9700억원으로 9월 발행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불어난 조달비용을 감당키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 카드사는 영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가량을 회사채를 통해 조달하며, 채권 만기시 통상 새로운 조건으로 회사채를 재발행해 영업자금을 충당한다. 그러나 이달(1~19일) 발행한 채권들의 평균 표면이율은 4.681%로, 3년 전(2020년 10월 평균 1.548%)과 비교해 세배 가량 폭등한 상태다.
결국 회사채 발행을 줄인 카드사는 영업을 축소하게 되며, 늘어난 비용부담의 일부를 대출금리 상승이나 혜택 축소 등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악순환에 놓인다. 특히 상반기 카드사 순이익이 전년 대비 12.8%나 급감한 가운데, 이 같은 영업축소 기조는 하반기 카드사들의 실적악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조달비용이 뛰면서 회사채 발행 부담도 커졌다. 업권 전반에서 회사채 발행을 줄이거나, 단기채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이 맞다"며 "다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부정적인 상황만은 아니다. 현재 추이를 지켜보는 쪽이 크며, 향후 시장이 안정화되면 발행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