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부과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개정안이 1년 가까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면서 해당 단지에 분양을 받은 실수요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7일 국회에 따르면 올해 2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실거주 의무 폐지 내용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은 5월 말 법안심사소위때 이후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전날(6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서도 해당 안건은 상정되지 못했다.
오는 9일 정기국회가 종료돼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따라서 일각에선 국회의원들이 민원 처리를 위해서라도 법안소위를 추가로 열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전해진다. 이달 안에 법안소위를 한 번 더 열어 개정안을 심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여야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 연내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앞서 실거주 의무는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은 2021년 2월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현행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단지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 동안 실제로 살아야 한다. 시세보다 싸게 분양가가 책정된 만큼 새 아파트를 실수요자에게 공급해야 한다는 차원에서였다.
이후 집값 하락으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자 윤석열 정부는 지난 1.3대책을 통해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뒤 4월 관련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매제한은 공공택지·규제지역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됐고, 비수도권은 공공택지·규제지역은 1년, 광역시 도시지역은 6개월로 완화됐다. 그 외 지역은 전매제한이 폐지됐다.
그러나 전매제한과 세트로 묶이는 실거주 의무 폐지는 지난 2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법 일부 개정안이 상정된 이후 1년 넘게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을 처분하기 전까지만 실거주 의무를 충족하도록 지난해 8월 발의한 대안 역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1년 가까이 해당 논의가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예비 입주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을 적용받는 주택은 전국 66개 단지 4만4000채에 달한다. 입주 때 전세를 주고 보증금으로 분양 잔금을 치르려던 기존 분양자들은 이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 수준으로 아파트를 되팔아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분상제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린 가운데 실거주 의무가 해제되지 않아 전매 제한 해제 자체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당장 이달 전매 제한이 풀리는 단지들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건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아파트로 무려 1만2032가구에 달한다.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와 강동구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도 이달 전매 제한이 해제된다.
실거주 의무 규제가 풀리지 않자 반짝 늘었던 분양권 거래도 급감세다. 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분양권 거래 건수는 40건을 기록했다. 올해 초 전매 제한 규제가 풀린 후 월 1~2건밖에 거래되지 않던 분양권이 4월부턴 40건 안팎으로 팔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5월까지만 이어졌다. 실거주 의무 규제가 6월에도 국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분양권 거래 건수는 7월 30건, 8월 20건, 9월 12건으로 줄줄이 하락했고 지난달에는 단 4건으로 집계되며 한 자릿수대로 뚝 떨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