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갑자기 방산수출 실적 호조에 떠들썩하다. 이미 지난 2021년부터 급증 추세를 보이며 전 세계 7위 수출국에 올랐던 방산수출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전세계적인 무기수요 급증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해마다 2배 이상 수출액이 증가하고 있으니 흥분할 수도 있다.
더욱이 요즘처럼 전반적인 수출실적이 감소하고 있는 터에 그나마 규모면에서 아직 기존의 주력수출품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유독 방산물자 수출만이 급성장을 보이니 언론의 주목을 받을만하다. 그것도 이제까지의 방산수출품들에 비해 빠르게 첨단기술이 채용된 대형무기들이 수출되니 그 변화도 눈에 띌 수밖에 없겠다.
폴란드에 대량 수출이 확정돼 이미 인도가 시작됐고 호주에도 장갑차 수출이 확정되니 정부가 흥분해서 세계 4위 방산수출국을 목표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전쟁물자를 수출하는 일에 너무 즐거워하는 모습은 해당 분야 관계자들이 그러하다면 긍정적으로 보겠지만 정부가 나서서 그런 흥분을 드러내는 것은 국가 이미지 상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인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나 작금의 국제정세 등으로 볼 때 한국이 무기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고 또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수출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지만 정부는 표정관리가 필요한 분야다. 물론 주변국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측면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흥분한 모습을 드러내서 득이 될 일은 없다.
우리가 강대국이라면 그야말로 '지배자에게 부끄러움이란 없다'는 식의 오만을 떨어도 피해받을 일이 없겠지만 한국은 결코 강대국이 아니다. 간신히 선진국 문턱을 넘었다 싶은 순간 남들보다 더 크게 불경기의 여파를 떠안으며 수출순위가 뚝 떨어져버린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그동안 기울여온 노력을 생각하면, 또 뭐만 개발할라치면 비용효율을 내세우며 미국산 무기 구입이 낫다고 기운을 빼는 현실론을 빙자한 사대주의자들의 훼방을 이겨내며 기술을 개발해온 관련 연구자나 기술자들을 생각하면 방위산업의 성장은 박수를 보낼 일이다. 한국전쟁 당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무기는 전혀 없었고 전쟁 초기에는 당장 갖고 있던 무기도 수준 낮은 소총 정도만 들고 탱크에 맞섰던 역사를 생각하면 이제 핵무기를 제외한 모든 무장에서 주변국들과 엇비슷한 수준까지 국내 생산역량을 키워온 수고는 인정하는 게 마땅하다.
6.25 전쟁 기간 원조받은 무기를 교체할 엄두도 못내던 한국군이 그나마 개인화기의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었던 것이 베트남전 파병군인들이 귀환하며 들고 온 M16 소총으로 교체하면서 처음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트남전을 통해 신무기를 경험하며 한국산 무기개발의 필요를 실감했고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를 설립하면서 비로소 오늘날 방산강국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한국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당시 한국에서 방산물자 수출을 한다고 해 살펴보니 고작해야 철모나 군화 등을 수출하는 수준이었다. 무기수출이 시작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도 한참 시간이 지나서다.
전통적인 무기 강국들 틈을 비집고 이토록 단시일 내에 급성장한 한국 방위산업은 이제 주변국들뿐만 아니라 수출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여러 우방국들의 경계를 살 입장이 됐다. 물론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포탄소모는 극심한데 그 소요량을 생산할 능력이 있는 국가는 없는 상황이라면 수출을 강요당할 처지라 예외일 뿐 숱한 견제를 견뎌내고 나아갈 방법을 궁구해햐 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최 우방이라 여기는 미국조차 첨단무기의 핵심기술을 물건 사면 주기로 했다가도 말 바꾸고 마는 게 다반사인데 서로 남의 기술은 빼먹고 내 기술은 감추려는 치열한 눈치싸움 속에서 진짜 외교력이 중요하다. 허나 그 뿐일까.
국내 기술개발에는 국내에서도 계속 시비가 삐져나온다. 그냥 사다 쓰는게 싸게 먹힌다는 논리다. 그건 결코 답이 아니라는 걸 이미 그간의 무기 구매 후 사후관리비용으로 호구 잡혀온 세월로 입증됐다. 수출할 때 기술이전해주는 수준도 잘 따져보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의 경쟁자를 키워주는 일이 되고 상대 잘못 고르면 오늘 우리가 판 물건이 우리를 겨냥해 공격당하는 꼴도 당할 수 있다. 무기 거래란 살 때도 팔 때도 호구 잡히지 않기 위해 신경 곤두세워야 할 일이지 무슨 잔치판을 벌일 일은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