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권 연체율·NPL비율 상승···NPL 시장 성장세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금융지주 계열 NPL(부실채권) 투자 전문기업의 실적이 1년 새 수배 가량 뛰는 등 고속 성장하고 있다. 경기침체, 고금리로 금융업권 전반의 연체율이 오르면서 NPL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사 부실률이 오를수록 NPL기업이 성장하는 '씁쓸한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계열 우리금융에프앤아이(F&I)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2억2472만원으로, 지난해 3분기 8583만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3분기 개별 당기순이익만 보면 1억1150만원에서 6억9796억원으로 6.2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3분기 누적 기준)은 2억8452억원에서 19억6332억원으로 6.9배 뛰었다.
우리금융F&I는 우리금융의 14번째 자회사로 지난해 1월 출범했다. 코로나 기간 동안의 '대출만기·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풀리면서 시장에 부실채권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것이란 전망에 따라, NPL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실제 우리금융F&I는 출범 첫 해 3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하다 4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선 뒤 올해 들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같은 기간 자산은 3361억원에서 6435억원으로 2배 가량 늘었는데, 이는 NPL 매입 규모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하나금융지주 계열 하나에프앤아이(F&I)도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뤘다. 하나F&I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9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263억원에 견줘 10.3% 증가했다. 3분기 개별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90억원에서 올해 93억원으로 3.3%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3분기 누적 기준)은 348억원에서 399억원으로 14.7%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304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하나F&I는 올해 또 한번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하나F&I의 순이익은 2019년 115억원, 2020년 156억원, 2021년 254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민간 NPL기업 1위인 유암코(3분기 순이익 461억원) 뒤를 바짝 쫓는 모습이다.
이들 NPL기업의 급성장은 금융회사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대규모 매각에 나선 데 따른 결과다. 실제 올해 1~3분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상각·매각한 부실채권 규모는 총 3조2201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상매각 규모(2조2711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이들 은행은 올해 3분기에만 1조73억원어치 부실채권을 털어냈다.
최근 저축은행업계가 공동으로 진행한 1200억원 규모 NPL 입찰에 우리금융F&I가 참여하기도 했다. 우리금융F&I는 이 중 저축은행 12곳과 1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계약을 이달 맺기로 했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해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채권이다. 금융사들은 건전성 지표 관리를 위해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채권비율)과 NPL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최근 고금리, 경기침체 등으로 부실채권이 대거 늘어나면서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실제 국내 은행의 3분기 말 기준 원화대출 연체율은 0.39%로 전월 말(0.43%) 대비 0.04%p(포인트) 하락했지만, 이는 대규모 부실채권 상매각에 따른 '착시'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부실채권을 털어낸 이후 새롭게 부실이 쌓이지 않으면 다행이겠지만, 올해 5~9월 국내 은행에서 신규로 발생한 연체채권 규모만 매월 2조원 이상에 달한다.
은행 외 제2금융권도 치솟는 부실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6.15%로 전분기 말(5.33%)보다 0.82%p 올랐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 연체율은 3.1%로 0.3%p 상승했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연체율은 각각 1.6%와 1.81%를 기록했다.
금융업권 전반의 부실률이 급격히 오르고 있어 NPL기업의 호실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부동산시장 등 경기 회복 상황에 따라 매입한 NPL 자산의 회수기간이 길어질 수 있는 점은 NPL업계가 져야 하는 부담으로 꼽힌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2실장은 "NPL 공급 증가에 따라 경쟁강도가 완화되고 매입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면서도 "부동산 시황 악화에 따라 기존 NPL 자산의 회수기간이 길어지고, 회수액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단기적인 수익성 측면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