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중심 국내 XR 시장, 비전 프로 출시로 숨통 트일 듯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이달 미국 출시 이후 큰 성공을 거둔 애플의 XR 헤드셋 비전 프로의 국내 출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콘텐츠 부족 등으로 침체기를 거뒀던 국내 XR 시장에 비전 프로가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 IT매체 맥루머스는 지난 6일(현지시간) 애플 비전 프로가 올해 4~5월 중 중국에 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 산업정보기술부에 기기 인증 절차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포함한 미국 외 지역 출시 시기에 대해 블룸버그는 애플이 영국와 캐나다를 다음 출시 국가로 논의하고 있으며 이후 프랑스, 독일, 호주, 중국, 홍콩, 일본과 한국 등에 출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애플이 비전 프로에 대해 아이폰과 같은 출시 시기를 정한다면 한국은 5월말에서 6월초에 비전 프로가 정식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전 프로는 높은 가격대와 킬러앱의 부재가 장애요인이 되고 있지만, 미국에서도 이 같은 악재를 딛고 성공을 거둔 만큼 국내에서도 충성도 높은 애플 유저들을 중심으로 흥행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비전 프로의 미국 출시 가격은 3499달러로 한화 약 465만원이다. 여기에 유튜브,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이 비전 프로 전용 앱을 출시하지 않기로 하면서 콘텐츠 인프라 확장에 장애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사전예약 3일만에 18만대 가량 판매되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뒀다.
미국 내에서의 성과가 한국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면 국내 XR 시장은 고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전 프로의 출시를 앞둔 중국의 경우 지난해 VR 기기는 침체에 빠졌지만, AR 기기는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매체 IT즈자는 지난해 중국 소비자용 XR기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4% 줄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침체는 VR기기 침체의 영향이 컸으며 AR 기기는 성장세를 거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국내에서는 XR 시장이 콘텐츠 제작 및 공급업자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디바이스 제조사가 부재인 만큼 비전 프로의 한국 출시는 XR 시장에 숨통을 틔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KIET)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XR 디바이스산업의 글로벌 동향 및 정책 시사점'에서 국내 XR산업은 80% 이상이 콘텐츠 제작 및 공급업에 종사하고 있어 디바이스 제조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XR 디바이스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가전기업들이 XR 디바이스 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 중소 디바이스 기업의 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비전 프로 출시 영향으로 XR 시장 자체가 커지게 되면 국내 주요 가전 기업들도 XR 디바이스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 언팩 2023'을 통해 구글, 퀄컴과 XR 동맹을 결성하고 XR 헤드셋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퀄컴은 지난해 말 XR 전용 AP인 스냅드래곤XR2+ 2세대를 공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XR 시장은 콘텐츠 부족과 디바이스 착용의 불편함으로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며 "비전 프로의 보급으로 알려지지 않은 콘텐츠가 대중과 접촉할 기회를 얻고 디바이스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한다면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IET에 따르면 글로벌 XR 시장은 2021년 189억6000만 달러에서 2026년 1007억7000만 달러로 연평균 39.7%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