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은 같지만···수출 호조와 내수 부진, 물가안정 기대↑
분기점은 5월 경제전망···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 확대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상반기 내 금리 인하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에 변함이 없다."
올해 두 번째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답변한 내용이다. 물가 둔화 추세가 기존 전망보다 빨라졌지만 관련 불확실성이 크고, 내수가 부진하지만 수출 호조로 경기 상하방 요인이 혼재됐다는 진단이다.
이에 대해 시장은 긴축기조를 이어간다는 골자는 변함없지만, 물가 안정 기대와 경기하방리스크가 커진 만큼 금리 인하 가능성이 좀 더 구체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총재가 언급한 5월 수정경제전망이 금리인하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9회 연속 금리 동결로, 금통위원 전원의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앞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채권전문가 전원이 금리동결을 예상했던 만큼, 예상과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 넘게 금리가 동결되면서, 시장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보고 있다.
◇내수 부진 속 커진 경기하방리스크···물가 안정 기대↑
주목할 점은 금리인하에 대한 의견이다. 이 총재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였지만, 나머지 1명은 조기인하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실질적 인하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지만, "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인 만큼 물가압력이 약화될 수 있다. 내수 부진에 대해서도 사전적으로 대비해야하는 만큼 조기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정 경제전망을 보면 경제성장률 전망은 올해 2.1%, 내년 2.3%, 물가전망치는 올해 2.6%, 내년 2.1%로 기존과 동일했다.
다만 세부적으론 여러 부분에서 기존과 차이를 보였다. 먼저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을 2.2%로, 기존 전망치 대비 0.1%p 하향조정했다. IT 부문을 제외한 경제성장률은 기존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으며, 특히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6%로 크게 낮췄다.
이는 수출 호조에 경제성장률은 유지됐지만 내수 부진으로 인한 경기하방리스크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소비부진의 영향으로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총재는 "수출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지만, 소비가 훨씬 나쁜 쪽으로 가며 상쇄됐다"며 "기존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지만, 5월 전망에서 한번 더 확인해 봐야 정책 방향이 명확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도비시(비둘기파적) 해진 금통위, 금리인하 시점은?···2분기 vs 3분기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큰 틀은 기존과 변함없지만,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 측면이 강해진 금통위라고 평가한다. 또한 현재 시장의 눈은 금리 인하 시점에 쏠렸으며, 다수의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으로 3분기로 전망하고 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첫 소수의견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물가 전망치도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물가안정 경로 속 민간소비 부진에 대응해 7~8월 중 한은의 첫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이 오는 3분기부터 연말까지 세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영향에 내수 부진이 나타나고 있으며, 내수 부진은 근원물가 전망치의 하향 배경이었다"며 "한은은 하반기 들어 근원물가가 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등도 감안하면 한은 또한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수부진 여파에 금리 인하 시점이 2분기로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첫 인하 시점을 2분기로 제시한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기조적 둔화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경기·금융안정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며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가 좀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지만, 통화정책 대응에 대한 요구도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