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자사주 소각·배당 확대 등 추진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주요 보험사들이 지난해 대체로 호실적을 거두면서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발표된 만큼, 조만간 이들 보험사의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관련 방안의 윤곽도 잡힐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삼성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은 지난해 조(兆) 단위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삼성화재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82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으며, 세전 이익은 11.7% 성장한 2조4446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 2조원을 넘어섰다.
메리츠화재도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5748억원으로 전년보다 25.2% 늘어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연간 1조원 선을 넘어선 데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와의 격차는 2468억원까지 좁힌 상태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만 보면 2787억원으로 손보업계 1위를 차지했다.
DB손해보험은 괌·하와이 사고로 인한 손해액 증가 등 일회성 요인 영향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1.1% 감소한 1조5367억원을 기록했지만, '순이익 1조 클럽'을 유지했다.
여기에 지난해 KB손해보험이 당기순이익 7529억원을 올리며 2022년보다 35.1% 성장, 주요 손보사들이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거뒀다는 평이다. KB손보는 KB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도 가장 큰 순이익을 거뒀다.
앞서 실적 발표를 마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각각 전년과 견줘 19.7%, 1.2% 증가한 1조8953억원, 82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안정적인 계약서비스마진(CSM) 손익 창출과 투자손익 확보 등에 따른 결과다.
보험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거둔 만큼 호실적 기반의 주주환원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선 이들 보험사의 주주환원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보험사들의 주주환원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 맞춰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하면서다.
이주경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은 지난 20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을 위한 방안을 검토 후 시장과 소통하겠다"며 "자사주와 관련해서는 보유 자사주 소각 및 신규 자사주 매입·소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PBR은 0.78배로, 다른 보험주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힌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개념으로, 1배 미만이면 시장이 기업가치에 비해 주식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만간 삼성생명은 2023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3700원, 총액 6644억원을 현금배당하는 안건을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을 예정이다. 삼성화재의 경우 자사주 소각 시 보험업법상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이슈가 있어, 현금배당을 중점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화생명도 자사주 소각을 포함해 종합적인 주주환원 방안을 마련·발표한다는 계획이다. DB손보 등도 점진적인 주당 배당금 상향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주요 보험사들의 주가는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상태"라면서 "대부분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을 확인한 후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관련 자본 정책은 조만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해소할 방안 중 하나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프로그램은 PBR·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 비교공시,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등을 골자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