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호중공업 배 설계 업무···꾸준한 봉사활동 민심얻어
"현장에 튼튼히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정의당 위기" 진단
[서울파이낸스 (영암) 김무종 기자] "군의원이 되고 나서 지역을 다니다보니 농민분들이 노동자들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본 즉, 삼호중공업이 자리잡은 곳은 원래 이곳 토착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것이다."
녹색정의당 이보라미 후보(비례대표)는 21일 "자신들이 고기잡이로 살던 삶의 터전을 뺏기고 새로이 농사일을 배우며 살고 있는데 삼호중공업에 다니는 노동자들은 자신들에 비해 돈 잘 벌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농민들과 노동자들이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며 지역 봉사활동을 꾸준히 지속해온 배경을 설명했다.
2008년부터 이어진 봉사활동은 삼호중공업 조합원들과 당원들에게 제안해 노동자들이 '돌쇠봉사회'를 조직해 매주 1회부터 한달에 한번 하는 식으로 해서 15년간 유지해 오고 있다. 봉사회원들이 조선소 기술 노동자들이 많아 자신의 재능기부로 농촌마을을 돌면서 칼과 낫갈기, 농기계고치기, 방충망수리, 수도고치기, 머리염색 등 소소한 것부터 부피가 꽤 큰 것까지 할 수 있는대로 다 했다. 돌쇠라는 이름을 지은건, 마님(주민)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는 돌쇠가 되자는 의미에서였다. 이 후보는 머리염색을 맡았다.
이 후보는 지난 2월 29일 끝난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경쟁명부 선거에서 당선됐다. 녹색정의당은 비례대표 명부중 3번과 4번을 경쟁명부로 두고 당원들을 대상으로 선출 절차를 거쳤다. 4명의 후보가 출마했고 이보라미 후보는 최다득표를 해 3번에 당선됐다. 녹색정의당의 1번과 2번은 외부 영입 인사라는 점에서 당원들의 선택에 의한 1순위 후보인 셈이다.
이보라미 후보는 기후위기 대응을 비롯해 녹색, 노동, 농민, 성평등, 민생 본부를 중심으로 기득권 양당이 외면해온 의제들을 적극 다루고자 한다. 그는 "전세계적 문제이고 국내 정치가 가장 더디게 다가가고 있는 기후 위기 의제를 가장 전면에 내걸고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 사회의 새로운 상식을 만드는 세력, 선도적 문제제기 집단이자 해결능력도 있는, 실력 있는 진보정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지금의 정치혼란기에서 녹색정의당이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후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가계부채가 2000조원 가까이 되고, 자영업자 부채가 1000조원이 넘는 이 시대에 진짜 중요한 민생 문제는 신경쓰지 않고 공천잡음과 비상식적으로 당을 운영하는 정당들에게만 관심을 주고 있다"며 "다른 진보정당과 시민사회가 원칙보다 현실을 내세워 거대정당의 위성정당이 되기를 자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보정치가 위기는 위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있다"며 의제 실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다잡았다.
이 후보는 영암이 고향이 아닌 핸디캡을 갖고 있지만 영암에서 오랜 세월과 12년간의 지역 의정 활동을 펼친 찐 고향이란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가 태어난 곳은 경기도 파주, 4살때 집안이 서울 강남구로 이사해서 대학까지는 서울서 지냈다.
이 후보는 "영암에서 살게 된 것은 직장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영암에는 선거의 필수요소라고 일컬어지는 지연, 학연, 혈연 중에 아무것도 연결되는 것이 없다. 저는 선거를 하기엔 최악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 텃밭에 보수적인 시골 마을에, 결혼하지 않은 여성, 아무 연고가 없었다. 그런데 첫 선거에서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힘으로 당선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현재도 현대삼호중공업에 배 설계 업무를 하는 만년 대리로 재직중이다. 그는 "12년간 지방의원 생활을 할 때는 휴직을 했고, 공직생활을 하지 않을 때는 직장인이다. 아직 대리인 이유는 노조활동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관리자급으로 승진하면 조합원을 할 수가 없다"며 "공직생활을 위해 회사와 협의해 12년간 무급휴직상태로 있어서 승진 등은 큰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29년차 만년대리다. 중공업 조합원으로 정년퇴직하는게 바램"고 말했다.
그는 2018년 민주당의 아성인 전남에서 민주당을 꺽고 정의당의 유일한 지역구 도의원으로 당선된 비결에 대해 "내로라하는 현역 지방의원들이 신인 민주당 후보에 추풍낙엽처럼 고배를 마시던 때였다. 2014년 전남도의원에 도전해서 한번 낙선을 했다. 당시는 암투병 중에 선거를 치르느라 제대로 선거운동이 되질 못해 낙선을 했다"며 "지역주민들께서는 건강을 먼저 돌보라는 뜻이니 너무 서운해하지 말고 잠시 쉬어가라고 말씀해주셨다.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모습을 보고 주민들께서는 2018년에 당선시켜 주셨다. 선거때만 얼굴 내미는 것이 아니라 낙선이 되고도 열심히 주민들을 찾아다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2014년에 떨어진 것이 매우 미안하셨던 거 같다(웃음)"고 말했다.
정의당 한계의 안팎 지적에 대해서는 "정의당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현장에 튼튼히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중조직에 기반을 두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외풍이 불었을 때 회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후보는 "저는 의원시절에 조례를 만들거나 현안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이장단 협의회, 사회단체 협의회, 민주노총, 농민회 등과 함께 주민 운동 본부나 대책위 등을 꾸려 진행했고 그 결과 영암군 민주단체 협의회를 만들었다. 당 조직 뿐만아니라 지역 대중 조직을 건설하며 사업을 했던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이어온 12년간 축적된 경험과 역량은 위기일 때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끝으로 그는 "녹색정의당은 경쟁명부 비례대표후보에게 2년순환제를 하도록 결정했다. 당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후보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임기 2년 중 1년을 적응하는데 보내야 할텐데, 저는 12년 의정경험을 토대로 별도의 적응기 없이 바로 국회의원 업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