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지난해 가구가 부담한 금융권 대출 이자비용이 급증하면서 월세 지출을 9년 만에 추월했다. 월세 비중이 늘면서 가구의 주거비 지출도 늘었으나, 이자비용이 더 많이 늘어난 결과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전국·1인이상) 월평균 이자비용은 13만원으로 전년보다 3만1300원(31.7%) 늘었다. 이는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금융권 대출 이자부담이 늘면서 가구가 지출한 월세 등 실제 주거비(11만1300원)를 9년 만에 추월했다. 가계동향조사의 '실제 주거비'는 월세처럼 가구가 거주를 위해 실제 지출한 비용이다. 월세를 내지 않는 자가가구나 전세가구는 실제 주거비가 '0원'으로 잡힌다.

지난해 실제 주거비도 전년보다 8900원(8.6%) 늘면서 2019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전세 사기 피해 증가, 고금리 영향으로 월세 전환 가구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큰 폭으로 늘어난 주거비·이자비용은 가계 여윳돈을 줄이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4분기 월세가구의 흑자율(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은 20.0%로 2019년 1분기(17.3%) 이후 4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높은 주거비·이자비용은 단기간에 낮추기 어려운 과제들"이라며 "당분간 임차인 중심으로 서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