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6월 인하 가능성 시사···유로 약세 가속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1년 5개월 만에 137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다시 경신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결과, 유로 약세에 기반한 달러 강세흐름이 나타난 영향이다. 특히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실상 원화 약세를 용인하는 스탠스를 보여, 환율 상승세가 가팔라졌다는 진단이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11.3원 오른 달러당 1375.4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종가)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상승세의 주재료는 유럽중앙은행(ECB)의 6월 인하 기대감이다. 전일(현지시간) ECB는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주요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지난 회의가 데이터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한 반면, 이번 회의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으로 안정화됐다는 자신감이 생기면 긴축 강도를 낮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하는 등 공식적으로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일부 위원들은 물가 지표에 자신감을 지니고 있다"고 발언, 시장은 ECB가 사실상 6월 인하를 예고했다고 해석했다.
해당 발표 이후 유료는 급격한 약세를 보였다. 발표 전 1.075달러까지 상승했던 유로·달러 환율은 현재 1.068달러까지 하락했다. 이 같은 약세에 달러인덱스는 전일 104.9선에서 현재 105.43선까지 상승한 상태다.
이날 진행된 금융통화위원회 결과 역시 영향을 미쳤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 금통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보다 금리를 먼저 인하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질문에 "전세계적으로 금리정책에 대해 탈동조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요인을 가지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여지가 작년에 비해 훨씬 커졌다"고 발언했다.
특히 1360원대를 돌파한 환율 수준에 대해 "환율 절하 문제는 강달러 영향으로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과거와 달리 해외투자나 해외순자산이 크게 늘었다. 환율 변화에 따라 경제위기가 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원화 약세를 일부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실제 이날 1367.7원으로 출발했던 환율은 금통위 직전까지 1360원대 후반에서 등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금통위 직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후 12시 50분 경 1375.5원을 돌파하며 고점을 경신키도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전일 ECB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유로 약세에 기반한 달러 강세가 나타났다"며 "여기에 이날 금통위에서 원화 약세를 일정 수준 용인하는 뉘앙스의 발언이 나왔고, 특히 미 연준과의 통화정책 탈동조화 등이 언급되며 원화 약세가 가속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원화 약세 흐름에 미국 달러 강세 등을 고려하면 환율이 지금보다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WTI 기준 유가가 향후 90달러까지 올라간다면, 환율이 1400원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염두해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