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거니 뒤서거니···불붙은 시중은행 '기업대출' 유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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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銀, 작년 기업대출 주도···올해 신한은행 '급부상'
5대 은행, 기업대출 800조 육박···'마진 축소' 감수
은행권, 연체율 일제히 상승···출혈경쟁 우려도 제기
국내은행들의 지난해 이자이익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들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간 기업대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출규제, 이자장사 비판, 이자마진 하락 등으로 가계대출에서 수익을 크게 늘리기 어려워지자 기업금융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실제 기업대출에 적극 나섰던 두 은행은 홍콩ELS 등 각종 악재에도 양호한 실적을 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96조455억원으로 전월(785조1515억원)보다 1.4%(10조894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기업대출 잔액이 전월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하나은행(2.7%↑)과 신한은행(2.3%↑)이었다. 이 두 은행은 올해 1분기에도 기업대출 선두 경쟁을 가장 치열하게 펼친 곳이다.

지난달엔 하나은행의 증가폭이 가장 컸지만, 1분기(1~3월)에는 신한은행이 가장 컸다. 이 기간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60조6834억원에서 167조216억원으로 3.9%(6조3382억원) 늘었고, 하나은행은 162조460억원에서 167조7540억원으로 3.5%(5조7080억원) 증가했다.

뒤이어 △우리은행 2.9%(170조4740억→175조4330억원) △농협은행 1.8%(104조2237억→106조1518억원) △KB국민은행 0.7%(175조1000억→176조5000억원)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업대출을 주도한 것은 하나은행이었다. 공격적인 이자 마케팅을 통해 기업고객을 대규모로 유치하는 등 은행권 기업대출 경쟁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기업대출 증가세가 두자릿수를 기록한 곳은 5대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11.9%↑)이 유일했다. 다른 은행의 경우 △우리은행 8.0% △국민은행 7.7% △신한은행 6.6% △농협은행 4.5% 등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위기감을 느낀 은행들은 앞다퉈 기업금융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신한은행이 올해 기업금융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영업에 본격 나서면서 두 은행 간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모습이다.

은행들이 앞다퉈 늘린 기업대출은 그룹 호실적의 주요 배경이 되기도 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1분기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액으로 2740억원을 적립하고도 당기순이익 감소폭은 0.3%(9315억→9286억원)에 그쳐 은행권 순이익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실적을 두고 신한금융 측은 "은행 기업대출 중심의 자산 성장과 마진 개선으로 이자이익이 늘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432억원으로 신한은행에 이어 순이익 기준 2위를 차지했다.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 은행권이지만 '건전성 관리'는 과제로 남았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물론 은행 전반적으로 기업대출 연체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1분기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34%로 전년 동기 대비 0.06%p(포인트), 전분기 대비 0.07%p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30%로 각각 0.04%p, 0.01%p 올랐다. 국민은행의 경우 0.23%로 각각 0.07%p, 0.04%p 상승했다.

기업대출 경쟁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지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다른 은행에서 고객을 빼앗아 오거나 다른 은행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결국 금리 메리트가 있어야 하는데, 그 얘기는 은행들이 마진을 줄이면서까지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라며 "연초부터 과열 조짐이 보이면서 업권 부담이 커질까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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