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브랜드 재단장도···아파트 외관 디자인 리뉴얼한 코오롱글로벌
"같은 입지라도 브랜드따라 성패갈려"···분양시장서 브랜드 중요성↑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최근 건설사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신규 브랜드 출시, 디자인 변경과 함께 기존의 이미지를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새로운 상업시설 브랜드 '시간(時間)'을 선보이며 다음달 경기 고양시에 선보일 주상복합단지에 처음 적용한다. 이는 2014년 '카림애비뉴'와 2021년 '파피에르' 브랜드에 이은 회사의 3번째 상업시설 브랜드다.
시간은 '사람이 머무는 곳, 시간을 즐기는 곳, 시간 공간이 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편안함과 차분함을 느낄 수 있는 서정적 색채와 여백의 미 등 세련된 한국적 디자인을 채택한 게 특징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BI)는 시계의 시침과 분침을 상징하는 간결한 선으로 표현하고 원고지 형태의 사각 라인에 담아 여백을 살린 디자인으로 형상화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새롭게 선보이는 반도건설의 브랜드 '시간'의 핵심가치는 고객이 누리는 시간 그 자체에 있다"며 "한국의 세련된 멋과 감성을 살린 차분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정다운 만남과 여유 있는 휴식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달 금호건설도 신규 주거 브랜드 '아테라'를 공식 선보였다. 기존에 사용해오던 '어울림'과 '리첸시아' 브랜드를 대신하는 것으로, 회사가 20여년 만에 선보인 브랜드다. 새 브랜드는 6월 분양을 앞둔 '고양 장항 아테라', '청주 테크노폴리스 아테라'에 최초로 적용되고, 아파트와 주상복합의 구분 없이 통합 브랜드로 사용될 예정이다.
아테라는 '예술'(ART)과 '대지'(TERRA), '시대'(ERA)를 조합한 단어이며 삶의 공간인 집을 '대지 위의 예술'로 만들겠다는 뜻이 담겼다. 집을 닮은 새로운 BI도 눈에 띈다. 아테라의 첫 글자인 A는 예술뿐만 아니라 건축(Architecture)을 상징하기도 한다. 예술과 기술을 접목해 선진 주거문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회사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HL디앤아이한라도 27년 동안 사용해 온 '한라비발디'를 대체할 새로운 주거 브랜드 '에피트(EFETE)'를 공개했다. 에피트는 '누구나 선호하는 완벽한 아파트(Everyone’s Favorite, Complete)'란 뜻이다. 2022년 사명 변경에 이은 두 번째 큰 변화다.
에피트는 이번달부터 경기 이천 부발읍 아파트, 프리미엄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 다양한 주거 건축물에 신규 브랜드를 적용된다. 아파트와 중대형 오피스텔에는 에피트 브랜드를 사용하고, 기타 유형엔 에피트의 서브 브랜드를 적용할 방침이다. 소형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엔 '에피트 어바닉'을, 지식산업센터엔 '에피트 프로제'란 브랜드를 붙이기로 했다.
HL디앤아이한라 관계자는 "새로운 브랜드 도입을 계기로 고객에게 더 나은 삶의 공간을 제공해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사용해오던 브랜드의 외관을 재단장 하는 사례도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24년간 사용해 온 아파트 브랜드 '하늘채' 아파트의 '하늘채 유니버스(HANULCHE UNIVERSE)' 패키지를 선보였다. 하늘채 BI인 'H'를 활용해 아파트 커뮤니티, 문주, 동출입구, 조경 등에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BI는 건강함을 의미하는 다크 블루 색채로 했으며, 단지 대표동에 큐브형 BI가 설치된다.
동부건설의 경우도 2001년부터 사용해 온 '센트레빌' 디자인 리뉴얼 공모전에 착수했다. 기존 이름은 유지하되 현대적인 감각으로 로고 디자인을 바꾼다. 다음달 3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되는 이번 공모전에는 총 1300만원의 상금도 걸렸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디자인 변화를 통해 센트레빌이 소비자에게 더욱 큰 가치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명품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이렇듯 브랜드 강화에 힘 쏟는 이유는 분양시장에서 이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투데이가 전국 20~6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분양시장 수요자 인식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98%는 아파트 브랜드가 수요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보통 이상 영향을 미친다'가 51.9%로 1위를 차지했고, △'매우 영향을 미친다' 26.1%, △'보통 정도 영향을 미친다'가 20.1%,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1.3%로 조사됐다.
같은 입지라도 브랜드에 따라 분양 성패가 갈리고, 입주 후 가격 변동도 달라 수요자들의 하나의 선택 기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분양시장에서 브랜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며 "수요자들이 브랜드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는 만큼 건설사들의 브랜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