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재산 대부분 SK 지분···지배력 영향 가능성
SK "대법 상고 지켜봐야"···2년 이상 걸릴 듯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의 SK그룹 경영권에도 영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2시 열린 두 사람의 이혼소송 2심 선고 공판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지난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금 665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은 노 관장과 별거 후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가액 산정 가능 부분만 해도 219억 이상을 지출하고 가액 산정 불가능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했다"며 "혼인 파탄의 정신적 고통을 산정한 1심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고 판단했다.
이어 최 회장에 대해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2019년 2월부터는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며 "소송 과정에서 부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최 회장의 SK그룹 경영활동에 기여한 바 있다고 보고 그룹 지분 역시 재산분할 대상으로 봤다. 특히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에 유입된 것을 법원에서 처음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했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이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성장에 기여한 바를 증명하기 어려운 만큼 지주사 지분의 형성에 기여한 점은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노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에 유입됐다고 주장했고 이와 관련한 증거를 법원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이 제시한 증거가 법원에서 인정받으면서 재산분할 규모가 약 20배로 늘었다.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력에도 영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산분할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결정되지 않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혼 소송 후 재산 분할의 경우 일시불과 함께 재산 분할 총액을 일정 기간 동안 나눠 지급하는 분할급, 지급 시작 시기와 끝나는 시기를 정해두고 매회 지급액만 정하는 정기급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일시불 방식으로 지급이 결정된다면 SK㈜의 지배력에 대한 영향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보유 재산 대부분 상장사 주식이다. 특히 지주사인 SK㈜의 지분 17.7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30일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선고 영향으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종가 기준 약 2조원 규모다. 최 회장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한 바탕도 지주사 지분이다.
이 밖에 최 회장은 SK디스커버리 지분 0.12%(2만1816주), SK디스커버리 우선주 지분 3.11%(4만2200주), SK케미칼 우선주 지분 3.21%(6만7971주), SK텔레콤 주식 303주, SK스퀘어 주식 196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노 관장이 지분이 아닌 현금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은 만큼 노 관장이 그룹을 지배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지분 매각에 들어간다면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그룹 지배력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올해 1분기말 기준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합계는 25.57%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최태원 회장 측이 상고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최종 결정까지는 2년 이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대법원 상고에 따른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