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엘리트들도 비교당하면 서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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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부모들이 자식을 혼내면서 종종 하던 말 중 '옆집에 누구는 안 그런데!'라는 식의 말이 있다. '엄마친구자녀'나 같은 반 친구와 비교해서 자식을 혼낼 때 쓰는 말이다. 지금이야 자녀교육에 좋지 않다며 '해서는 안될 말'이 됐지만, 과거에는 공공연하게 쓰였다. 

친구와 비교당하는 일은 서럽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자식을 낳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SNS를 통해 보여지는 타인의 모습과 자신을 비교하는 게 이유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개인과 개인이 비교당하는 일은 서럽다. 그렇다면 회사와 회사가 비교당하는 일은 어떨까?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임금교섭이 결렬된 후 지난 8일부터 총파업을 단행했다. '생산차질'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생산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금인상율과 유급휴가 확대 요구가 관철되지 않아 파업한다는 소식은 중소기업에 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자괴감이 들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내 주변에도 "삼성전자에서 돈 벌면서 파업이 하고 싶을까?"라는 말이 종종 들린다. 

전삼노가 파업을 단행하는 이유 중 공감이 간 한가지가 있었다. '성과급'에 대한 얘기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흑자전환과 함께 10조원 이상의 연간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예상했다. 당연히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삼성전자는 올해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전삼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간 영업이익 29조원을 달성해야 50%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성과급 산정 기준에 대해 삼성전자는 "대외비라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만약 이 정도 이야기만 들었다면 조금 덜 서운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SK하이닉스에서 발생한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성과급 산정방식을 초과이익성과급(PS) 지급 방식으로 변경했다. 영업이익 중 일부를 정해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그마저도 최근 SK하이닉스 노조는 15%로 인상을 요구했다. 

이미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서 삼성전자를 누르고 글로벌 1위에 올라섰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글로벌 1위를 지키던 삼성전자로써는 자존심에 금이 간 일이다. 이는 회사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직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존심에 금이 간 직원들은 성과급까지 비교 당하며 한 번 더 금이 간다. 이쯤되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고 뭐고 SK하이닉스로 이직이라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비교 당하는 일은 회사 내부에서도 이어진다. 전삼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3년 간 경영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장기성과 인센티브(LTI)'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인센티브 때문에 삼성전자 임원들은 지난해 회사가 적자였던 와중에도 수억원의 인센티브를 가져갔다고 한다. 전삼노 한 관계자는 "회사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와중에도 임원들은 수억원의 인센티브를 가져가 박탈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회사 안팎으로 비교 당하는 일이 커지면서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첫 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회사는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곳이다. 직원들은 회사에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해야 하고 회사는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회사는 직원들이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에는 직원들의 멘탈관리도 포함될 수 있다. 회사가 학교선생님처럼 직원들에게 '우쭈쭈' 해줄 필요는 없다. 다만 삼성전자에 다닌다는 사실이 직원들에게 박탈감이 들도록 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자부심은 직원들도 가지고 있어야 하며 회사는 그 자부심을 직원들이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여용준 산업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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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08:58:02
이 쉬운 걸 모른다..기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