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F는 현재 스테로이드로 진행 속도를 조절하는 수준"
[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제약업계가 특발성 폐섬유증(IPF) 신약 개발에 나섰다.
IPF는 폐에 콜라겐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폐 기능이 상실되는 난치병으로 현재까진 병의 진행 속도만 늦출 뿐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제가 없고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에 불과하다. 환경, 바이러스, 유전 등 다양한 인자 때문이라는 가설은 있지만 현재까지 입증된 뚜렷한 원인이 없고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기 전까지 발견하기 어려워서 치료를 하기 쉽지 않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약 1만4000명이던 폐섬유증 환자가 2022년 약 2만명으로 43%가량 늘어났고 보건복지부 자료에 보면 2021년 시행된 167건의 폐이식 중 74건이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였다. 환자 수가 늘면서 글로벌 시장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은 2030년 IPF 시장 규모가 약 6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제약업계는 치료제가 없는 영역의 미충족 수요를 채우기 위해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대웅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IPF 신약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을 비후성 흉터 주사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1상 시험계획서를 승인받았다. 베르시포로신은 PRS(Prolyl-tRNA Synthetase) 저해 항섬유화제 신약 후보물질로 콜라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단백질 작용을 감소시켜 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베르시포로신은 2022년 미국 FDA에서 IPF 적응증을 대상으로 희귀의약품과 신속심사제도(패스트트랙) 개발 품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한미약품은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개발 중인 LAPSTriple agonist에 대한 비임상을 통해 IPF에 대한 효과를 확인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해당 후보물질은 동물실험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섬유화 진행 억제를 통한 사망률을 낮췄다는 결론을 도출했고 추후 IPF 치료제 상용화를 위해 추가 임상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동제약그룹의 연구개발 전문 자회사 아이리드비엠에스는 IPF 신약 'IL 1512'를 개발 중이다. IL1512는 염증 유발과 섬유화에 밀접하게 관여하는 CXCR7을 타깃하는 기전을 갖고 있어 이를 통해 섬유아세포를 활성화해 조직 복구, 혈관 신생 등 폐섬유증 증상을 개선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 독성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IPF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BBT-877은 체내의 '오토택신'이라는 신규 표적 단백질의 기능을 저해하는 기전의 약물로서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및 '계열 내 최고(Best-in-Class)'로 꼽힌다. 회사는 희귀 난치성 질환인 IPF의 생체지표로 꼽히는 LPA(리소포스파티드산)의 생성을 90% 수준까지 억제하는 것을 임상 1상에서 확인했다. 현재 2상에서 목표로 한 120명의 환자를 등록 완료했고 내년 상반기 임상결과 발표를 계획 중이다.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식약처로부터 IPF 치료제로 개발 중인 오토탁신 저해제 'NXC680'의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고 2023년 1월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도 받은 바 있다. NXC680은 다양한 섬유화 질환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오토탁신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항섬유화 물질로 폐섬유화의 원인인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고, 염증 반응을 차단하는 저분자 합성신약이다.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동물모델에서 우수한 폐섬유증 치료 효과, 폐 기능 개선 효과 및 안전성이 확인됐고, 비임상시험의 약력학 시험 결과를 토대로 시뮬레이션해 볼 때 임상에서 경쟁약물 대비 저용량에서도 우수한 LPA 억제 효능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