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충전기' 보급 사업, 전기차의 진짜 스마트함 막아···전기차, 스마트 그리드의 중축적 역할 가능"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전기차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잇딴 전기차 화재의 원인을 '과충전'으로 보고 이에 대한 방지책으로 '스마트 제어 충전기' 보급과 함께 충전기를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기는 등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충전 중 배터리 상태를 감지해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과충전을 예방하고 만에 하나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피해확산 및 화재진압을 위해 충전기를 지상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기차 업체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대책들이 되려 전기차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스마트 제어 충전기를 통한 완속충전과 충전기의 지상 이동이 전기차 화재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의 대책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게다가 전기차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전력사용을 추구하는 스마트그리드의 대안 중 하나로 전기차를 지목한 바 있다. 밤에 버려지는 전기를 전기차를 통해 '충전'하고 일상생활에서 해당 전기를 활용하거나 '송전'할 수 있게 될 경우 에너지 효율성이 현재보다 월등하게 높아질 수 있어서다.
김종욱 한국폴리텍 VII 대학 메카트로닉스과 교수를 만나 전기차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정책방향부터 전기차를 활용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알아봤다.
- 전기차, 내연기관 차보다 안전하지 못한가?
△ 이번 인천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사회에 영향을 많이 끼쳤기 때문에 이러한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내연기관 차의 경우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검증과 개선을 반복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급발진 이슈 등 여러 안전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다만 과거보다는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하고 운전하게 됐다. 전기차이 경우 모터가 개발되고 활용된 시점은 100년 가까이 되지만 배터리와 같은 저장장치의 개발은 타 장치들에 비해 짧다. 또한 사용자들이 더 큰 용량과 효율을 요구하면서며 핵심부품의 사이클도 짧아지고 있다.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당장 시장의 요구 사항을 따라가기도 벅찬 실적인 셈. 여기에 자동차처럼 3만개에 달하는 엄청난 수의 부품들을 조합해 만들기 때문에 100% 고장 없는 제품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배터리의 경우 인천 화재처럼 큰 화재가 발생할 수 있지만, 배터리 자체는 노트북 등 여러 전자기기에 들어가며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활용된다. 같은 2차전지 배터리지만, 전자기기에 사용하는 배터리와 자동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에 대한 안전 인식이 전혀 다른 상황이다. 나무 대신 숲을 봐야된다. 전기차가 위험하다는 인식보다는 전기차를 통해 할 수 있는 더 많은 미래를 봐야된다.
-이번 배터리 화재들로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 먼저 말해야 될 것은 아직 전기차는 걸음마 단계고, 시작 단계다. 시작부터 문제를 일으켰다고 미래를 막아서는 안된다. 이번 사고들이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고 이를 통해 나아갈 방향이 있다. 이번에 비슷한 시기에 해외 자동차와 국산 전기차에서도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유의미한 결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산 차량의 경우 파우치 형태의 배터리 셀을(3.36V) 모듈 단위로 조립하고, 하나의 자체로 조립하는 팩 단위로 만들게 된다. 배터리 제조 라인에서는 조립라인에서든 혹은 자동차 주행 중에 어떠한 요인에 의해서든 배터리 셀의 파손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얼마나 2차적으로 다른 셀 그리고 모듈, 팩 최종적으로 자동차 전체에 화재가 번지는 시간이 중요하다. 배터리가 중국에서 만들든 한국에서 만들든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지표는 셀 단위의 파손이 팩까지 전소되는 시간을 안전 지표로 한다면 셀 뿐만 아니라 배터리 모듈과 팩 단위의 안전 설계가 더욱 성장할 것이라 생각되고, 안전한 자동차로 가게 만들 것이라고 본다.
-'스마트 제어 충전기' 보급 등 현재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까?
△ 정부가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책으로 내놓은 새로운 '스마트 충전기' 보급 사업은 되려 전기차의 진짜 스마트함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완속 충전기에서 자동차 배터리의 과충전을 감시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외부기기가 아니라 자동차 내 시스템이 하는 역할이다. 역할 구분이 엄연히 되어 있는 것이다.
△ 알려지다시피 전기차는 통상 전력수요가 가장 적은 밤시간대에 충전을 하고, 전력수요가 높은 시간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배터리 용량이 커지면서 캠핑 등 외부활동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다양한 기능들이 전기차에 추가되고 있다. 전기차의 진정한 스마트함이란 바로 이 대목이다. 전기차가 단순히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이동수단이 되는 것 뿐 아니라 차세대 전력시스템으로 주목받는 '스마트 그리드' 구성의 중추적인 역할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 전기차를 이동수단이 아닌 이동이 가능한 ESS로 보는 것인가?
△ 스마트 그리드는 쉽게 말해 전기가 남는 시간에 충전을 하고, 많이 사용되는 시간에 충전된 전기를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2010년께 처음 스마트 그리드 개념에 대해 정부와 재계가 관심을 보였지만, 대규모 저장 장치를 구비하는데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이 소요될 수 있고, 효율성도 낮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효율적'이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차의 등장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동수단을 넘어 ESS의 역할을 할 수 있으로도 기대돼서다.
△ 게다가 최근의 출시된 전기차들은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를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V2L 기능이 탑재되고 있다. 전기차를 충전해 사용하는 것을 넘어 충전된 배터리를 다양한 전자기기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송전' 기능도 갖추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V2L 기능을 갖춘 전기차가 늘어나고 배터리 용량이 더 늘어나게 된다면 수많은 전기차들이 이동이 가능한 ESS가 될 수 있는 셈이다.
- 전기차를 ESS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 전기차를 스마트 그리드의 구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정부가 현재 운영 중인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방향을 완전히 수정해야 한다. 당장 사회 전력망에 기여하는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은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이렇게 보조금이 활용된다면, 전기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공공재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당장 불필요한 송전 인프라 건설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전기가 필요한 곳에는 전기를 배달하는 또 다른 사업 등도 생겨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