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서종열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인 영풍그룹이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MBK파트너스와 맺은 주주간 계약으로 인해 향후 10년간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영풍그룹과 MBK파트너스가 맺은 주주간계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영풍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영풍그룹이 공개매수를 철회하고 고려아연과 전격 화해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서다.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그러나 최 회장의 제안은 사실상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입을 모았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맺은 주주간 계약 때문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신고한 공개매수신고서에 따르면 공개매수자인 영풍은 경영협력계약의 체결일로부터 10년 간 보유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즉 영풍은 자신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MBK파트너스 외에는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계약만료일인 10년이 지나도 영풍은 보유한 주식을 MBK파트너스 측이 요구할 경우 최우선적으로 넘겨야 하는 '우선매수권'까지 MBK파트너스에 부여했다.
이 뿐이 아니다. 영풍·MBK파트너스 주주간 계약서에는 10년이 경과한 후에도 고려아연 측의 현 회장인 최윤범과 특수관계인 등에게는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팔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
사실상 영풍 입장에서는 MBK를 절대 배신할 수 없는 강력한 계약조건, 즉 '족쇄'를 달아놓은 셈이다.
영풍과 최 회장간의 감정의 골도 심각하다. 보도자료를 넘어 기자회견 등을 통한 공개비방전을 이어왔고, 양측이 상대방을 상대로 제기한 각종 소송도 10여건이 넘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이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영풍에 화해 제스처를 보낸 것은 '일종의 기자회견용 수사'에 불과하다"면서 "영풍이 이미 MBK파트너스와 주주간계약을 통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만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