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석 전석 매진되며 성황리 개최···다양한 프로그램 준비"
경주차 전시 등 부대 행사도 마련···앞으로도 협업 기회 모색
[서울파이낸스 (용인) 문영재 기자]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 현대차, 도요타가 국내 한 서킷에서 모터스포츠 관련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팀을 출전시키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토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경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재미를 대중에 알리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는 게 양사의 설명이다.
27일 찾은 경기 용인 소재 스피드웨이는 '현대 N × 도요타 가주레이싱'을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현대 N × 도요타 가주레이싱은 WRC에서 활약 중인 현대차, 도요타가 모터스포츠 문화 발전과 모터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공감 확대를 위해 마련한 행사로 올 초부터 준비됐다. 현장에서 만난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8일 하루 만에 관람석 전석이 매진되는 등 고객의 높은 관심을 받은 덕에 3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경주차 등으로 고난도 주행을 선보이는 '쇼런', 고객이 WRC 경주차 성능을 동승 체험하는 '택시 드라이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쇼런의 시작은 도요타월드랠리팀의 GR 야리스 랠리1 하이브리드가 장식했다. GR 야리스 랠리1 하이브리드는 쇼런을 위해 마련된 퍼포먼스 그라운드에서 멋진 드리프트를 선보였다. 타이어가 아스팔트와 마찰하며 생기는 매캐한 냄새, 새하얀 연기, 강렬한 소리가 장내를 압도했다. 2~3분가량의 쇼런이 끝난 후 차량에서 내린 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토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운전대를 잡은 아키오 회장이 이렇게까지 차를 잘 모시는 줄 몰랐다"면서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고 느낀다"고 했다. 이에 아키오 회장은 "쇼런 전 정 회장이 운전하는 걸 봤는데, 프로 드라이버 못지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화답했다.
본격적인 쇼런에서 현대차는 2024 WRC 시즌에서 활약 중인 △i20 N Rally 1 하이브리드 △i20 N Rally 2 커스터머 레이싱 △아이오닉 5 N 드리프트 스펙 △RN24 차세대 롤링랩으로 주행을 펼쳤다. 운전자로는 2024 WRC 시즌 드라이버 랭킹 1위를 기록 중인 현대차월드랠리팀 소속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을 비롯해 다니 소르도, 안드레아스 미켈센이 참여했다. 도요타는 아키오 회장이 몰고 나온 GR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GR 야리스 랠리 2를 쇼런에 투입했고, 운전대는 가주레이싱월드랠리팀 감독 야리 마티 라트발라, 소속 드라이버 카츠타 타카모토, 일본 랠리 9회 챔피언 카츠타 노리히코가 잡았다.
양사 드라이버들은 우뢰와 같은 소리를 내는 경주차를 몰며 극적인 주행 실력을 뽐냈다. 일반 도로에서는 접할 수 없는 엄청난 속도감에 모두가 탄성을 냈다. 폭발적인 가속에 전율이 일었다. 관중석에 있던 한 관람객도 "처음 접한 가속, 소음에 소름이 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쇼런 이후에는 택시 드라이빙이 펼쳐졌다. 양사 전문 드라이버들이 운전하는 경주차에 관람객이 동승해 경주차의 성능을 느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경주차에 동승한 관람객들은 화끈한 움직임 속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앞서 쇼런에서 정 회장에게 경주차의 역동성을 선사했던 아키오 회장도 직접 드라이버로 나서 주목을 끌었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에는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을 비롯해 양사 드라이버들이 직접 운전을 하며 트랙을 천천히 주행하는 퍼레이드 랩이 진행됐다.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은 선두에서 양사를 대표하는 고성능차 아이오닉 5 N 드리프트 스펙, GR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를 각각 몰며 퍼레이드 랩을 이끌었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부대 행사로 전시 부스를 운영하며 각 사의 차세대 친환경 고성능차와 경주차를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 25일 공개한 새로운 롤링랩 RN24를 부스 중앙에 올렸다. 롤링랩은 '움직이는 연구소'라는 뜻으로, 모터스포츠에서 쓰인 각종 선행 기술을 실제 주행 환경에서 검증하는 데 쓰인다. 현대차 측은 "RN24는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N의 기량을 품은 소형 전기 롤링랩"이라면서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는 무게로 인해 민첩성이 떨어진다는 통념을 깨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ORC 루키 GR 코롤라 H2 콘셉트를 포함, 여러 차를 전시했다. 이 중 ORC 루키 GR 코롤라 H2 콘셉트는 연료인 수소를 엔진 내부에 직접 분사해 동력을 얻고, 액체수소탱크 형상은 타원형으로 설계해 220리터(ℓ)에 이르는 연료탑재량과 135킬로미터(km)의 긴 항속거리를 제공한다고 전시 부스에 있던 도요타 관계자는 언급했다.
양사는 앞으로도 이번 행사와 같은 유의미한 협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측은 "도요타와 지속 협의해 WRC 또는 다른 모터스포츠를 통해 여러 협업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밝혔고, 도요타는 "현대차와 함께 손잡고 더 나은 사회, 그리고 모빌리티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전했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국내 자동차 문화 발전 및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자 티켓 판매 수익금 전액을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 측에 기부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