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연임 임기보장' 지배구조 규범 변경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함영주(68)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오는 2028년 3월까지 3년 더 그룹을 이끌게 됐다.
금융권 대표 올드보이(OB)인 함 회장이 장기집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정적 시각 등 여러 부담 요인을 안고 있었음에도 탄탄한 성과를 기반으로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지주는 27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함영주 현 대표이사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앞서 회추위는 지난달 말 함 회장을 포함, 이승열(61) 하나금융 부회장, 강성묵(60) 하나금융 부회장 및 외부인사 2명 등 총 5명을 숏리스트로 선정한 바 있다. 이들 5인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거쳐 함 회장을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동안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어온 함 회장의 리더십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시각이다.
1956년생 충남 부여 출신인 함 회장은 상고 출신 은행원으로 시작해 그룹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을 이끌 당시 전국 영업실적 1위를 달성한 '영업통'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후 초대 은행장을 맡았으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거쳐 2022년부터 하나금융 회장으로서 그룹을 이끌고 있다. 유연하고 친화력 있는 리더십으로 조직 내 신망이 높다.
뛰어난 영업성과도 함 회장의 연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분기까지 3조2254억원 규모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내며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하나은행은 함 회장이 2022년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그의 리더십 아래 2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지켜냈다.
회추위 관계자는 "함영주 후보는 효율적인 경영관리를 통해 조직 전반적으로 운영 효율성을 높이면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내재화하고 하나금융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경영실적 달성과 역대 최고 주가를 갱신하는데 기여, 양적·질적으로 성장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통합 은행장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거쳐 지난 3년간 그룹 회장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리스크 관리와 ESG경영을 바탕으로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온 함영주 회장이 최고 적임자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선임 배경을 밝혔다.
함 회장이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임되면 2028년 3월까지 3년 더 하나금융을 이끌게 된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해 12월 이사의 나이가 임기 중 만 70세를 넘더라도 주어진 임기를 다 마칠 수 있도록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한 바 있다. 개정 전 내부규범에 따르면 함 회장은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임기 중 만 70세를 넘게 돼 중간에 회장직에서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부규범 개정으로 함 회장은 '연령 제한' 이슈에서 자유로워진 셈이다.
함 회장이 회추위 지지를 기반으로 연임에 성공했지만, 해소되지 않은 리스크가 상존한 만큼 앞으로의 경영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장기집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의중도 살펴야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이 함 회장의 연임을 위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함 회장의 품성 등을 고려했을 때 혹여 연임에 도전하더라도 굳이 언론의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본인에게 규정 적용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으로 함 회장이 3년의 임기를 모두 보장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이에 대한 당국 의중에 하나금융이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