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에도 향후 도움···IPO는 연내 계획無
채무 막대한 티몬···"리스크 충분히 고려해"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신선식품 유통 기업 오아시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 티몬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오아시스는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매각 공고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오지 않는 한 인수자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티몬의 막대한 채무 부담에도 불구하고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티몬의 매각 주관사인 EY한영에 따르면 티몬의 청산가치는 136억원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오아시스는 티몬과 수차례 만남을 거친 끝에 인수 관련 기본 합의를 마쳤으며, 현재 인수 금액은 300억원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는 단순한 데이터베이스(DB) 활용을 넘어 티몬의 플랫폼과 셀러 네트워크까지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티몬의 정산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생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이달 중 공개 입찰이 진행된 후 최종 인수자 결정은 4~5월경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오아시스는 직매입을 기반으로 신선식품 유통 노하우를 축적하며 안정적인 흑자를 기록해온 기업이다. 지난해 추정 매출액은 5122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22억원으로 74.8% 성장했다. 회원 수도 2023년 말 168만명에서 2024년 초 200만명을 돌파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커머스 시장에서 오아시스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주력 상품이 신선식품에 국한돼 있으며, 업계 1위 기업과의 격차도 존재한다. 반면 티몬은 2010년 론칭 이후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활성 회원 수는 400~500만명 수준으로 추정되며, 신선식품 외에도 전반적인 소비재 유통을 아우른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경우 G마켓(625만명)과 11번가(761만명)와 비견할 만한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아시스가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도 티몬 인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오아시스는 2023년 기관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대보다 낮은 평가를 받으며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조(兆) 단위의 시가총액을 인정받기 위해선 매출 규모와 총 거래액(GMV)을 더 키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티몬 인수를 통해 오아시스가 이커머스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면, 향후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는 처음 티메프(티몬·위메프) 측에서 먼저 협상을 제안해 진행된 것이며, IPO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며 "현재 연내 상장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 일각에서는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오아시스는 지난 12년간 무차입 경영과 흑자를 유지하며 재무적 안정성을 강조해왔다. 반면 EY한영의 보고서를 보면 티몬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1526억원, 24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총부채는 1조191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인해 셀러들에게 지급해야 할 정산금 문제도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오아시스 측은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와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했으며,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현재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는 국내 자본을 기반으로 한 이커머스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1번가 인수를 시도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현재 중국계 이커머스 기업들이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의 중국 기업들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티몬도 올해 1월 중국 국영 중핵집단유한공사(CNCC) 계열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기업으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은 바 있다.
안 대표는 지난해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안정적인 수익과 지속적인 성장을 동시에 가져가는 비즈니스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며 "코스닥 상장을 통해 오아시스의 인지도를 높이고 기존 사업역량 강화와 신규 비즈니스 진출을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커머스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