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명품보다 맛집"···백화점3사, '식품관' 차별화 나선다
[현장+] "명품보다 맛집"···백화점3사, '식품관' 차별화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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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강남점, 식품·디저트·미식관 재단장
백화점 3사 식품관 매출 성장률 두자리 수
경기 불황 속 명품대신 먹거리로 소비 이동
온라인 쇼핑과 차별화할 수 있는 '미식' 인기
(사진=박소다 기자)
신세계 강남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미식관)엔 국내외 유명 베이커리, 와인, 디저트 맛집 등이 입점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외식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경기 침체 여파로 백화점의 전체 매출이 주춤한 상황에서도 식품관 매출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유명 레스토랑과 인기 프랜차이즈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전반적인 업황 부진을 극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식품관을 대대적으로 재단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3일 기자가 찾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국 백화점 매출 1위인 이곳은 어느 시간대에 방문해도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지난해 '세상에 없던 디저트 테마파크'를 표방하며 문을 연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는 약 5300㎡(1600평) 규모로, 한국 전통 간식부터 프랑스·이탈리아·미국 등 세계 각국의 베이커리와 디저트 브랜드를 한데 모아놓았다. 여기에 더해 W메리어트 호텔 서울 연결부에는 '하우스 오브 신세계'(미식관)를 조성하고, '윤해운대갈비', '김수사' 등 유명 맛집 12곳을 단독 유치했다.

스위트파크와 하우스 오브 신세계 같은 새로운 스타일의 식품관은 신세계 강남점이 지난해 매출 목표였던 3조원을 조기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스위트파크는 개점 후 1년간 누적 방문객 수가 1200만명을 넘어섰고, 입점 디저트 브랜드의 총매출은 전년 대비 108% 증가했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 역시 매출이 전년 대비 150% 늘었으며, 1건당 결제 평균 구매액도 278% 급등했다.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신세계 강남점은 16년 만에 대대적인 식품관 재단장에 착수했고, 지난달 말 '신세계마켓'을 새롭게 개점했다. 국내 산지의 제철 식재료부터 희귀한 수입 식재료까지 폭넓은 품목을 갖췄으며, 고객 경험을 극대화한 프리미엄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했다.

치즈 코너에는 약 270종의 다양한 치즈를 직접 맛보고 원하는 양만큼 구매할 수 있는 '치즈 바'가 마련됐다. 양곡 코너에서는 1분도미(현미)부터 12분도미(백미)까지 고객이 원하는 수준으로 쌀을 도정할 수 있으며, '밥 소믈리에'가 식감에 맞는 도정 정도를 추천해 주기도 했다. 또한 건어물과 건채소를 직접 골라 담으면 즉석에서 분쇄해 티백 형태로 제작해주는 '국물팩'도 만나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판매 식품을 현장에서 직접 맛볼 수 있는 점, 그리고 세분화된 제품 구성 덕에 쇼핑의 재미가 배가됐다. 오프라인 쇼핑의 강점이 두드러지는 공간이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추가 재단장을 통해 6000평(2만㎡) 규모의 델리·건강식품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델리 매장 리뉴얼이 완료되면 서울권 백화점 식품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할 것"이라며 "강남점뿐만 아니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본점도 올해 재단장을 진행해 유명 맛집을 단독 입점시키고, 6월까지 전통 있는 노포와 트렌디한 F&B(식음료) 브랜드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재단장한 신세계마켓 내부. 식품별로 직접 시식 후 소량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판매대 등이 다양했다. 입점 베이커리 등엔 고객 줄이 길게 서 있었다. (사진=박소다 기자)
지난달 재단장한 신세계마켓 내부. 식품별로 직접 시식 후 소량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판매대 등이 다양했다. 입점 베이커리 등엔 고객 줄이 길게 서 있었다. (사진=박소다 기자)

이처럼 백화점들이 식품관에 힘을 싣는 이유는 식품관이 백화점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축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백화점 주요 3사(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의 식품관(식당가 포함) 매출은 전년 대비 평균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 전체 매출 증가율(1.8%)을 크게 웃돌았다. 각 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1일까지의 식품관 매출 성장률도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현대 16.2%, 신세계 10.8%, 롯데 10%) 성장을 기록했다.

전반적인 소비 위축 속에서도 고가의 명품 가방이나 의류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식품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 강남점과 백화점 매출 1위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개점 37년 만에 대대적인 리뉴얼에 돌입했다. 오는 11월 프리미엄 식품관을 가장 먼저 리뉴얼해 선보이고, 이후 저층부터 단계적으로 공사를 진행해 2027년 리뉴얼을 완료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2023년부터 잠실점에 미쉐린 가이드 선정 레스토랑 '떼레노 서울', '해남천일관' 등을 단독 입점시키며 식품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화제가 된 식음료 브랜드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월드타워점에 도입해 월평균 15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을 중심으로 유명 맛집을 유치하는 데 앞장서왔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과 '노티드 월드'를 국내 유통사 최초로 입점시켰으며, 지난해 8월에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 '고디바 베이커리' 매장을 열어 맛집 유치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지난해 대대적으로 리뉴얼한 현대백화점 중동점 역시 지하 1층에 F&B 전문관 '푸드 파크'를 조성했다. 인천 부평의 일본식 베이커리 '에키노마에', 캐릭터 마카롱 맛집 '로빈 디저트샵', 대만 프룻티 음료 '드링크스토어' 등 유명 브랜드의 백화점 1호점과 국내외 인기 베이커리·디저트·맛집 등 총 56개 브랜드를 유치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요즘 검색창에 '백화점+지점명'을 입력하면 자동완성으로 가장 먼저 뜨는 키워드가 '맛집'이다"라며 "미식 경험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강점으로, 백화점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맛집을 찾아 백화점에 온 고객들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서 다른 품목 매출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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