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 정책의 실효성, 냉정히 평가해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이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소수의 거점도시에 핵심 인프라와 자원을 집중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방에 있는 소도시 입장에선 서울의 성장에 따른 낙수효과보다, 가까운 거점 도시의 발전으로 얻을 수 있는 파급효과가 훨씬 현실적이라는 진단이다.
26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공동 개최한 '균형발전을 위한 과제, 그리고 지표를 통한 전략' 포럼에서 이 같이 진단했다. 이 총재는 "정부는 오래전부터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했지만, 정책 지원을 분산하는 방식이 실제 의도한 효과를 거뒀는지에 대해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냈다.
이날 포럼은 지역통계를 기반으로 지역 간 격차를 진단하고, 균형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은 각각 지역별 주택시가총액 주요 편제결과, 분기 지역내총생산(GRDP) 작성방안 및 시산결과 등을 발표했다.
첫 번째로 발표를 맡은 남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부원장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전략: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하여'란 주제로 발표했다. 2000년대 이후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이 시작되면서 지역경제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남 부원장은 "국가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방분권 및 재정분권이 강한 국가들이 높은 경제성장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도 인구 500만~1000만명 수준에서 지역행정을 통합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방 이전기업의 고용과 투자가 단기적으로 증가한 반면, 건전성과 수익성이 저하되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전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그는 "기업의 고용유지를 위해 교육지원 프로그램 및 고급 R&D 인력 지원방안과 더불어 이주한 인력을 위해 지역의 정주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이전기업의 투자유형에 따라 맞춤형 지원정책을 제공, 지역발전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안기돈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방소멸 극복을 위한 맞춤형 지역정책 및 지역통계'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지방소멸 국가위기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 지역정책은 지역의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지역의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지역 환경과 여건에 기초한 맞춤형 내생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부처별 개별정책을 융복합적으로 추진하고, 철저한 기업 중심의 지역혁신시스템이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지역공동체 등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로 발표를 맡은 임대환 통계청 소득통계과 사무관은 '분기 지역내총생산(GRDP) 작성방안 및 시산결과'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통계청은 신속하고 종합적인 지역경제 동향 파악과 국가균형발전 정책 수립 등을 지원하기 위해 분기 GRDP 개발 추진했다. 이에 시도별 분기 성장률을 해당 분기 종료 후 90일내 제공하고, 연간으로는 현행 대비 9개월 먼저 속보치를 제공할 방침이다.
통계청이 시도별 성장률‧기여도, GDP 등 유관 통계와 증감률, 연간 지역소득에 대한 분기 GRDP의 예측력 등을 분석한 결과, 통계의 현실반영도나 통계 간 정합성 및 예측력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네 번째로 이은송 한국은행 국민B/S팀 과장은 '지역별 주택시가총액 주요 편제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월 한은과 통계청은 공동으로 지역별 주택시가총액 통계(2011~2023년)를 신규 공표한 바 있다.
편제 결과 2023년말 기준 지역별 주택시가총액은 서울(2320조원), 경기(1986조원), 부산(389조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주택시가총액의 67.7%가 집중된 기형적 구조다.
또한 2011~2015년에는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시가총액이 증가한 반면, 2017~2021년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나아가 주택경기가 둔화된 2021~2023년에는 세종, 대전, 대구 등 광역시 위주로 부진한 양상이 나타났다.
끝으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지역의 경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라며 "길을 찾는 내비게이션에서 GPS가 필수적인 것처럼,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 GRDP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