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실적 침체 만회···'AI 가전' 시장 주도권 확보 기대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지난달 22일 심장마비로 쓰러진 뒤 세상을 떠난 故 한종희(63) 부회장이 생전 맡았던 DX부문장을 포함해 품질혁신위원장과 DA(Digital Appliance) 사업부장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다. 특히 신임 DA사업부장에 MX사업부 출신 인사가 임명돼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DX부문장 직무대행 겸 품질혁신위원장에 노태문(58) MX사업부장 사장을 임명했다. 노 사장은 MX사업부장을 겸직하며 직무대행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지난달 사장으로 승진한 최원준(55)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글로벌운영팀장은 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글로벌운영팀장을 맡게 됐다. 한 부회장이 겸직했던 DA사업부장 자리에는 MX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이었던 김철기(57) 부사장이 임명됐다.
김철기 부사장은 1968년생으로 삼성자동차에 입사한 후 삼성전자에서 생활가전, 모바일,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를 두루 거쳤다. 삼성전자는 김 부사장의 임명에 대해 "풍부한 인사이트와 시장 경험을 통해 DA사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MX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으로 임명된 지 3개월 만에 DA사업부장으로 이동하게 됐다.
통상 해당 사업부 내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 승진하는 것과 달리, 타 부서 출신 인사가 사업부장으로 임명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 MX사업부장인 노태문 사장은 MX사업부 개발실장 출신이고, 용석우 VD사업부장 역시 동 사업부 개발팀장을 거쳐 사업부장이 됐다.

현재 DA사업부 개발팀장은 문종승(54) 부사장이 맡고 있다. 문 부사장은 2021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DA사업부 글로벌운영팀을 거쳐 개발팀장을 역임했다. 최근 한 부회장의 별세로 연기됐던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에서도 기조연설자로 나서 삼성전자 AI 가전의 올해 성과와 발전 방향을 소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문 부사장이 한 부회장의 빈자리를 메울 것으로 예상됐으나, 김 부사장이 최종 낙점됐다.
김 부사장의 DA사업부장 발탁에는 DA사업부의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고 AI 가전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생활가전과 TV를 포함해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시기 하만(Harman)의 4000억원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으로, 2023년 4분기 이후 1년 만에 하만보다 적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연간 영업이익을 보면 생활가전·TV가 1조7000억원, 하만이 1조3000억원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영업이익률은 하만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이 필수적인 상황이며, 김 부사장의 역량이 요구됐던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모바일, TV, 가전 등을 두루 거친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 가전, TV 등 전 제품의 영업 업무를 경험하며 기술과 영업 전문성을 두루 갖춘 리더"라며 "2024년 말부터 MX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을 맡아 글로벌 영업을 이끌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MX사업부가 '갤럭시 AI'를 내세워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점도 김 부사장 발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갤럭시 S24 시리즈를 출시하며 '갤럭시 AI'를 처음 적용했다. 이어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에서는 더욱 진화한 '갤럭시 AI'를 탑재해 전작 판매량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말 정기 인사를 통해 MX사업부에 합류한 김 부사장은 올해 초부터 갤럭시 S25 마케팅 활동에 참여했다. 갤럭시 S25는 사전 판매부터 출시 초반까지 전작을 뛰어넘는 기록을 달성했으며,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초 '뉴 갤럭시 AI 구독클럽'을 선보이며 새로운 구매 모델을 제시했다. 해당 서비스는 갤럭시 S25 자급제 구매자 중 20%가 선택하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AI 가전을 중심으로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가전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마케팅 전문가를 DA사업부장으로 임명한 것은 의미가 크다"며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AI를 가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