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착한 은행'에 대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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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은행권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또 다시 국민들의 고혈을 짜내는 것도 모자라 은행들이 제 살길만 찾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근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리겠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불과 며칠만에 '생색내기'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금리인하 혜택이 일부 우량고객에게 국한돼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정치권의 압박에 못이겨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금리인하에 나서긴 했지만 일괄적인 금리인하보다 우대금리 혜택을 확대한 까닭이다.

또, 최근 은행권은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대출금리 체계 변경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다 결국 백지화 했다.

현 대출금리 체계가 조달금리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올초 이후 CD금리가 급락하면서 예대금리차가 현격히 축소된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논의의 구체화된 '시점'에 있다. 지난해 10%에 육박할 만큼 대출금리가 치솟을 때는 잠자코 있던 은행들이 이제와 수익성 악화의 피해를 고객들에게 전가시키려는 속내가 담겨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최근 은행들은 비판적 여론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움직임은 최대한 노출을 자제하는 이른바 '디마케팅' 전략에 나서고 있다. 대출금리 체계 변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한참 뒤에 일부 은행장을 통해 알려졌다.

국내 은행들은 여론의 비판에 대해 '국내 은행들을 미국 금융회사와 동일선상에서 평가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실제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은 미국 월가 금융회사들과 비교해 양호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 역시 지난 수년간 '덩치경쟁'에 함몰된 채 금융불안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느 때보다 은행의 공공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얘기다.

최근 기자와 만난 시중은행 한 고위 간부의 "지금이야 욕을 좀 먹더라도 결국 실적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말은 은행들이 여전히 뿌리깊은 실적지상주의에 함몰돼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은행들은 증권사와의 본격적인 고객확보 경쟁을 의식해 영업시간까지 변경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어려울 때 고객을 외면한 은행들이 무한경쟁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금리로 신음하는 서민들을 위해 대출금리 변경을 논의해보자고 나서는 '착한 은행'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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