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시장 퇴출공포에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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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기업…4차 구조조정 신호탄 되나

[서울파이낸스 임해중 기자] 국내 건설경기가 답보상태에 빠진 가운데 진흥기업으로부터 촉발된 퇴출공포가 건설시장을 급습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만기가 돌아온 255억의 상거래채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맞았던 진흥기업은 효성이 뒤늦게 190억원 상당의 자금지원에 나서며 최종 부도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진흥기업의 회생을 놓고 대주주인 효성그룹과 채권금융기관들의 신경전이 팽팽한 상황이라 이 기업의 생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업계에서는 진흥기업이 최종부도를 면하긴 했지만 이번 사태를 단초로 건설사 4차구조조정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채권은행들이 시공능력 상위 300위권에 드는 건설사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강해성 대한건설협회 SOC민자 실장은 "지난해 상당수 건설사들이 3차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4차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가 광범위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신규 PF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공공발주 물량이 준 점을 감안하면 시공능력 300위권 업체 중 몇 곳이 구조조정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진흥기업의 경우 채권금융기관과 대주주의 갈등이 여전해 생사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다시 떠도는 '살생부'

이처럼 4차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이유는 퇴출 살생부가 진흥기업 사태 이후 시장에 다시 떠돌면서다.

지난해 7월 3차 구조조정 단행 전, 채권은행들을 중심으로 퇴출리스트가 떠돈 바 있고 실제 구조조정에 해당업체들이 상당수 포함됐던 점을 감안하면 4차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업계의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최근 기업의 워크아웃 진행에 필요한 자율적 구조조정 방법과 절차를 담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지난해 말 시한 만료로 채권금융기관이 공동 결의를 통해 워크아웃을 진행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기촉법이 만료되며 부도는 퇴출이라는 수순이 공식화돼 4차 구조조정의 후폭풍은 지난해보다 더 거셀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살생부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적 워크아웃방식으론 구조조정도, 기업회생도 쓸모가 없어 결국 퇴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 강도 높은 체질개선으론 역부족

4차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또 다른 신호는 최근 불거진 저축은행 사태가 중견건설사들의 자금줄을 옥죄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말 기준 8조3700억원에 달하는 PF대출에 대한 상환 압력이 높아져 건설업계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는 것.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종합건설회사는 총 306개사로 2009년 대비 26.9% 증가했다.

건설경기 침체 속에 중견건설사들이 속속 무너지며 4차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이 다시 몰아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3차 구조조정으로 이미 46개 건설사가 정리됐고 벽산건설, 신동아건설, 남광토건, 중앙건설, 한일건설, 성우종합건설, 제일건설, 한라주택 등이 기업구조 개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에 편승하며 경영부실을 자초한 건설사에 1차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고 건설사들의 강도 높은 체질개선만이 살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대내외적인 여건을 고려했을 때 건설사들의 자구노력만으로는 위기 극복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악성미분양이 쉽게 해소되지 않아 준공 후 미분양이 전국 4만2600여가구 적체돼 있고 분양시장의 온기가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자구 노력만으로는 자금 상황을 개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내수시장 한계 속에 중견건설사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며 활로를 찾는 모습이었지만 중동에서 시작된 정국 불안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며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쳐 건설경기 회복을 쉽게 점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미분양 누적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과  대형 PF 사업에서 투자자가 건설업체에 지급보증을 서도록 하는 건설금융의 구조적인 문제도 여전해 중견건설사들의 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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