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잘나간다고?" 속빈강정 해외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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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수주, 경영부실 부추길 수도

[서울파이낸스 임해중기자] 해외건설 시장이 양적 팽창을 거듭하고 있지만 내실은 되레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기업 간 과다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분석에서다. 중동에 편중된 시장과 고급인력 부족도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5일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건설 수주액이 700억 달러를 돌파했지만 질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다.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낙찰 가격이 지나치게 하락, 사업성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해외 플랜트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인 사우디 얀부 정유공장 프로젝트는 국내업체들이 대부분 독식했다. 하지만 경쟁 과열로 수주가가 당초 예상가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수익성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림산업은 프로젝트의 4개 패키지 중 3, 4번을 수주했다. 수주금액은 각각 10억6300만 달러, 6억95만 달러로 당초 예상가인 23억 달러, 12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A 건설사 관계자는 "한국 건설사들이 수주를 독점한 것은 표면적인 성과"라며 "수익률을 따져보고 결산에 가서야 득·실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플랜트 시설 발주처가 경쟁사의 입찰가를 알려주며 덤핑 수주를 권한적도 있다"며 "업체 간 경쟁으로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입찰이 늘고 있다"고 귀뜸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사들 경영 악화도 우려된다. 수주실적은 늘었지만 수익성 악화가 경영 부실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돼서다.

낙찰가와 예상가 갭이 크게 벌어지면 결산시 공사비도 못 건질 공산이 크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덤핑에 따른 경영 부실을 만회할 이익충당금을 쌓기 힘들다.

지난해 10대 대형 건설사의 전체 매출액은 63조4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조3400억여 원으로 전년(2조8340 억원)보다 17% 줄었다. 해외수주 리스크가 건설사 경영 부실의 원인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현대건설이 대표적 사례다. 현대건설 인수합병 시 현대차그룹은 우발채무 8000억원을 주장했다. 실적보다 수주 리스크를 감안한 결과다.

증권가 관계자는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의 가격 협상에서 불거진 말이지만 현대건설의 해외수주 상황을 우려한 결과"라며 "실제 우발채무가 8000억원 까지는 아니겠지만 미래 회수가 불가능한 미수금과 저가 수주 등을 리스크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지역에 시장이 편중된 것도 한계로 지목된다. 공사 물량이 중동지역에 집중 되며 업체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국내 업체의 해외 수주 물량의 중동 비율은 66%였다. 하지만 올 상반기 그 비율은 70%로 늘어났다. 내수시장 한계 속에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발주되는 프로젝트에 집중한 탓이다. 중동 발주 물량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덤핑 수주가 불가피한 구조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해외수주가 중동지역에 편중되며 대체시장이 없는 점도 문제"라며 "시장 다변화 역시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최근 정치 불안으로 수주환경이 악화된 중동지역보다 안정적인 중남미 등으로 시장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부연설명이다.

반면 수주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강신영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각 프로젝트별로 수익성을 따져보는 것은 힘들다"며 "중동 사태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250억 달러를 수주, 실적이 오히려 개선되는 등 해외건설 시장의 중요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 역시 "수주금액 조정은 건설사들의 전략적인 선택"이라며 "공기단축 등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 등으로 질적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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