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축은행 '뱅크런', 무너진 신뢰 탓
[기자수첩] 저축은행 '뱅크런', 무너진 신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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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종헌기자]"정말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가 예금자들로부터 받고 있는 신뢰가 어떠한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이다.

올 초 부산저축은행 사태 당시 "더 이상 영업정지 저축은행은 없을 것"이라는 금융당국 수장의 언급이 있었다. 하지만 곧 이어 도민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당국은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었지만 금융소비자들로서는 금융당국에게 뒷통수를 맞은 셈이었다.

이번에는 "우리는 아니다. 대형 저축은행만큼은 문제없다"는 업계의 말만 믿었다. 하지만 이들 저축은행은 '영업정지'라는 결과로 소비자들을 우롱했다.

19일 정상 영업이 가능한 토마토2저축은행에서 하루 200억원 이상의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이 저축은행의 경우 전날 금융위원회에서 토마토저축은행의 자회사이지만 별도로 경영되는 정상적인 저축은행이라는 거듭된 강조도 있었다. 하지만 예금인출 사태는 피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이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토마토2저축은행 명동 지점을 방문해 정기예금에 2000만원을 가입했다. 이어 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예금인출사태 방지를 위해 토마토2저축은행 부산 본점을 긴급 방문, 정기예금에 2000만원을 예금했다.

이처럼 금융당국 수장들이 지점 방문은 물론 적잖은 예금까지 가입하는 등 '정상' 저축은행이라고 친절한 홍보(?) 활동까지 나서고 있지만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해당 저축은행도 BIS비율이 6%를 넘는다면서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에게 뒷통수를 맞은 전례가 있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이는 결국 저축은행 사태의 본질이 '신뢰의 위기'로 번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결과를 모조리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위기는 무엇보다 '신뢰의 위기'를 방조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그동안 당국은 저축은행 업계의 파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금융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도외시해 왔다. 신뢰의 위기를 방조한 금융당국에서는 그 누구도 사태의 책임을 지려는 진정성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어찌하여 "이 순간에도 많은 저축은행들이 부실해지고 있어 사전정보가 없는 금융소비자들은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의 자기반성은 물론 신뢰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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