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값 갈등 임계점, 中수입 카드까지···제로썸 게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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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중국산 시멘트 수입 검토···"수급난 대책 마련"
시멘트업계 "재고 충분한데 당위성 부족···시장 질서 교란"
삼표시멘트가 26일 제주시 제주항에 시멘트 전용선을 투입한 가운데 시멘트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삼표시멘트)
삼표시멘트가 제주시 제주항에 시멘트 전용선을 투입한 가운데 시멘트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삼표시멘트)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시멘트 가격을 둘러싼 시멘트업계와 건설업계 간 신경전이 ‘제로섬 게임’으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경기 불황으로 전후방산업이 모두 쪼들린 상황에서 양 업계 간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중국산 시멘트 수입 검토까지 등장하면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건설업체의 자재 구매담당자 모임인 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회)가 중국산 시멘트 중개업체인 ㈜썬인더스트리와 시멘트 수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안 및 보관이 가능한 선석을 평택항에 이미 확보했고, 저장시설(사일로) 건설이 완료되는 2026년부터 연간 78만t을 수입해 점차 물량을 확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업체는 중국 산둥성의 산수이(山水)시멘트로, 연간 300만t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앞서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는 건자회 등을 불러 시멘트 수입 및 비축 방안 관련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 후 건자회에서 시멘트 수입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한 만큼 국토부와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르면 2026년부터 중국산 시멘트를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해 5111만6000t의 시멘트를 생산했다. 성수기 국내 시멘트 출하량이 하루 15만t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78만t은 많은 물량은 아니다. 다만 연간 세계 시멘트 생산량 약 40억t의 절반인 20억t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이 저가 경쟁력을 앞세울 경우 수입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장기적인 건설경기 침체로 시멘트 출하 급감, 재고 급증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시멘트 업계는 중국산 수입이 가시화되면 더욱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멘트 7개 사의 2023년 기준 클링커(시멘트 반제품) 생산능력은 연간 6147만4000t이며, 가동률은 68.3%. 올 상반기 가동률은 63.7%로 더 낮아졌다. 올 상반기 생산량 2274만t(전년비 12.6%↓), 출하량은 2316만t으로 전년보다 각각 12.6%, 12.0% 하락했다. 반면 재고량은 126만t으로 15.6% 증가했다. 

문제는 중국산 수입에 따른 실익도 크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건설업계는 중국산 시멘트의 국내 판매가격은 9만5400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국내 현장에서 거래되는 시멘트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11월 국내 시멘트 가격은 t당 11만2000원으로 인상됐지만, 국내 6개 주요 시멘트사의 평균 판매가격(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업보고서 기준)은 t당 9만6082원으로 중국산 수입 시멘트 예상 가격과 682원 차이다. 물류비 변동과 보관 비용 증가, 향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반영 시 부담할 탄소세까지 더해지면, 오히려 중국산 시멘트가 국산 시멘트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할 수 없다. 

이에 건설업계의 중국산 시멘트 수입 추진은 가격인하를 위한 압박용 협상카드라는 의견도 나온다. 건자회는 국산 시멘트 기준가격을 지금보다 10% 내린 1만1000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멘트업계는 원가상승 등을 이유로 지난해 2차례, 올해 1차례 기준가격을 올렸다. 그 결과 10만500원에서 6.7% 인상된 11만2000원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시멘트업계는 국내 시멘트 시장을 교란하고 국가 기간 산업을 위협하는 행태라며 반발하고 있다. A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재고가 많이 있는 상황에서 중국산 제품을 저가로 들인다는 것은 가격 협상을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중국산 수입이 현실화하면 장기적으로 시멘트업계뿐 아니라 건설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저가의 중국산이 덤핑으로 들어오면 품질 문제는 물론, 추후에는 가격적으로도 실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B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시멘트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화물연대 파업 등 상황에서도 수입 물량을 내수로 돌려 수급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국내 시멘트 재고가 많이 남아있는데 제품 수입을 논의한다는 게 당위성이 떨어지고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품질에 대한 검증도 없이 '일단 수입하고 보자는 식'인데 시멘트 업계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시멘트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국가 기간 산업을 위협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건설업계는 가격 협상용 카드가 아닌 향후 발생할 시멘트 수급불안 요소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으로 중국산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수입량도 미미한 만큼 국내 시멘트 물량을 대체할 수 없는 만큼 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자회 관계자는 "수입한다고 해도 2년 뒤에야 진행되는 것인데 당장 가격 인하를 위한 협상용 카드는 말이 안된다. 탄소중립 관련해 친환경설비 구축 등으로 시멘트사들이 설비 교체 및 수리 시 생산량이 많이 감소하는데 지난 2년여간 여러 대외이슈가 맞물려 수급난 여파로 공기‧입주 지연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한 대책으로 수입산을 검토하는 것이고 최대 수입한다 해도 물량이 국내 생산량의 2%도 되지 않는 만큼 국내산을 대체하려는 목적도 아니다. 긴급공사에 투입하기 위한 물량 확보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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