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임대주택 늘리겠다는 정부···뉴스테이 시즌2 될까
기업형 임대주택 늘리겠다는 정부···뉴스테이 시즌2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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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지분 매각 고려되는 뉴스테이
임대 수익으론 땅값·건설비 회수 안돼
'최소 20년' 긴 의무 임대 기간도 부담
인천의 한 뉴스테이 사업 단지 아파트. (사진=네이버 지도)
인천의 한 뉴스테이 사업 단지 아파트. (사진=네이버 지도)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정부가 새로운 장기 민간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내놓았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뉴스테이'처럼 일정 기간 동안 임대료를 받고 운영하다가 분양전환하는 형태다. 뉴스테이는 한때 각종 규제 완화로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이후 정책 혜택이 바뀌면서 사업이 내리막을 탔다. 이에 업계에선 이번 정부가 발표한 '기업형 임대주택'도 뉴스테이와 같은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말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서민·중산층과 미래세대의 주거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발표했다. 개인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업이 주도하는 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현재 민간 임대시장은 다주택자 등 개인이 운영하면서 전세사기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났고, 임차인은 2~4년마다 집을 옮겨야 해 주거불안에 노출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기업형 임대주택을 2035년까지 10만가구 이상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기업형 임대 도입 논의는 이전에도 있어 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전월세난 해소를 위해 '뉴스테이'란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이 활성화됐다. 8년 의무 임대기간, 임대료 상승률 연 5% 제한을 제외한 대부분의 규제를 풀고 기업에게 공공택지 제공, 세금 감면 등 각종 혜택도 지원했다. 이에 롯데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한화 건설부문, GS건설, HDC, SK건설,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정권이 바뀌자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실상 뉴스테이 사업은 막을 내리게 됐다. 건설사들이 당시 사업을 시작해 현재 임대 운영 중인 뉴스테이 단지들은 2025~2028년 분양 전환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뉴스테이에 참여했던 일부 건설사들은 현재 분양 전환 대신 뉴스테이 사업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다. 한화 건설부문은 2016년과 2018년 입주를 시작한 '인천 서창 꿈에그린'과 '경기 수원 권선 꿈에그린' 등 임대주택의 뉴스테이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고, 롯데건설도 수도권 뉴스테이 사업장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동성이 큰 현 시장 상황에서 분양에 대한 리스크가 있어서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몇 년 새 집값이 많이 올라서 분양 대금을 마련할 수 없는 임차인이 많은 상황"이라며 "또 신축이 아니라 이미 10년차에 가까운 구축 아파트기 때문에 큰 메리트 없이 주변 시세대로 분양한다면 분양전환율도 크게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매각 검토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다행히 현재 집값이 올라 뉴스테이 지분을 매각하면 손실을 면하는 상태이긴 하나, 그간 임대 수익은 거의 나지 않는 구조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스테이의 경우 최장 8년 임대 후 분양 전환이었으나, 이번 기업형 임대주택은 20년 의무 임대다"라며 "20년 내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뉴스테이를 해봤던 건설사라면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현재 정부는 기업형 장기임대의 의무 임대기간을 기존 8~10년에서 최소 20년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신 건설사들이 임대수익만으로도 사업성을 보고 참여할 수 있도록 임대료를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이는 걸 허용하기로 했다. 또 기존 세입자에게 5% 임대료 상한 제한 없이 자유 책정하는 '자율형', 임대료 제한은 기존대로 하되 각종 세제 혜택 등을 주는 '준자율형·지원형' 등 두 가지 방안 중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선 임대료를 높여야 하지만, 높은 월세를 부담하려는 수요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어서다.

이 관계자는 "20년간 자금을 묶어놓고 운영만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임대료를 자유롭게 책정한다 해도 분양 없이 높은 땅값과 건설비를 보전하긴 어렵다고 본다"며 "또 대부분 주택 임대 수요자들은 월세보단 세 부담이 적은 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에 월세를 마냥 높일 수도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임대료 상한이 없다면 '호텔'에 더 가까운데, 정부가 주택 공급에 목적이 있어 이 같은 인식 전환은 어려울 것 같다"고 보았다.

다만 업계에선 다만 상대적으로 월세가 높은 서울에선 이 같은 기업형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서울 지역 신축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는 올해 2월 이미 100만원(보증금 1000만원 기준)을 넘어섰다. 구축을 포함하면 70만원 중반대다.

현재 기업형 임대주택 선두에 있는 SK D&D가 운영하는 '에피소드'의 전용 11.1㎡방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 임대료는 85만~100만원 수준이지만 입주를 대기해야 하는 등 수요가 높은 편이다. 침실·화장실 등의 개인 공간을 보장받으면서 거실·주방·운동시설 등을 공유하는 형태다. 다만 장기 임대 수요보단 1년 미만의 단기 임대 수요가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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