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증권사보고서 적중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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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악재에 '취약'…'뒷북 보고서'도 다수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애널리스트들의 분석기법이 불황과 외부 악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좀 더 시장 상황에 부합하는 분석기법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0개 보고서 '낙제점'

6일 증권보고서 사이트인 FN가이드의 올 상반기 애널리스트의 강력 추천(적극매수, Strong Buy) 받은 종목 60개를 분석한 결과 목표주가를 달성하고 있는 종목이 단 한 종목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인 '매수' 의견을 넘어 '적극매수' 등처럼 강력하게 추천한 종목들도 전혀 목표범위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눈높이를 낮춰 보고서가 나온 이후에 이날 현재까지 종가기준 한 번이라도 목표주가에 도달한 종목을 따져도 14종목에 불과했다. 이는 적중률이 23% 수준으로 그마저도 한차례 목표가에 도달한 뒤 하락세로 돌아선 종목이 대다수다.

오히려 추천 당시보다 주가가 하락한 종목도 부지기수다. 분석 종목 60개 가운데 46개 종목이 추천 당시 주가 대비 많게는 70% 가량 폭락했다. 당시 '적극매수' 보고서를 믿고 투자한 개인들은 적잖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경우는 보고서 발표 직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낸 종목도 있었다. 이른바 '뒷북' 보고서인데 고려아연과 현대건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려아연은 지난 4월25일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나타냈다. 공교롭게도 모 증권사는 이튿날인 26일 '적극매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대건설과 희림 역시 일부 증권사의 '매수' 보고서 발표 하루 전날 정점을 기록하고 이후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동일 분석기법의 한계" 

이같은 엇박자 보고서에 대해 애널리스트들도 할말은 있다. 지난 2008년 리먼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지난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서 촉발될 글로벌 금융불안 역시 예측 불가능한 해외발 악재라는 것.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시점에서는 현재 수준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블랙스완(예상할 수 없거나 가능성이 극히 낮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이 새로운 분석기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자아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시장의 대외 개방도가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대외악재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곽 애널리스트는 "사실 연구원이 기업을 분석하는 기법들은 호황일 때는 적중률이 높지만 불황이나 외부 악재에 시달릴 때는 잘 맞지 않는다"며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 같은 것이라 같은 분석기법이 계속 통하지는 않는다"고 시인했다.

박정우 SK증권 애널리스트도 "펀더멘탈 분석 등은 실적 등을 토대로 향후 예상되는 주가를 추정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아질 경우 빗나갈 확률이 크다"며 "현재로서는 펀더멘탈 기법보다 차트 분석 등을 단기적인 지표로 삼는게 더 나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또, 조성준 NH증권 애널리스트도 "지금 같은 장에서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서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심리적 요소를 통해 설명한다는 건 결국 수치에 의한 설명이기보다는 직관적인 영역이 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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