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쏠림현상', 해결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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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속 DB·원리금보장형 편중 여전
"DC형, 투자전문성 부재로 변동성 커"

[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퇴직연금 적립금이 제도도입 이후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2010년 말 292조1472억원에서 올 6월말에는 36조5904억원으로 늘었으며, 금감원은 연말 적립금이 약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퇴직연금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문제점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7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이 지나치게 DB(확정급여)형에 치우쳐있는 데다, 그중에도 원리금보장형에 집중돼 있고 운용기간도 짧았다. 원리금보장형 비중은 제도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돼 91.1%에 달했다. 또한 1년형이 70% 수준으로 단기투자에 치우쳐 있다.

◇DB형 편중, DC형 외면

퇴직연금제도에는 DC(확정기여)형, IRA(개인퇴직계좌) 등이 있지만 여전히 DB형에 편중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DC형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 DB형보다 수익률이 높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달성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

퇴직연금은 통상 임금인상률이나 시장수익률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통계청이 추정한 2007~2010년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4.3%다. 같은 기간 3년 만기 국공채 평균 수익률은 4.5%다.

그러나 금감원의 퇴직연금 비교공시 자료에 따르면 DC형의 투자성과는 임금인상률보다 낮은 수준에 그쳤다.

지난 4년간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DB형 4.75%, DC형 4.62%를 기록했다. 기하평균수익률은 DB형이 4.73%로 DC형(3.96%)보다로 0.77%p 높았다.

이는 DC형을 선택한 근로자들이 원리금보장형 중심으로 자산운용을 하게 되면 DB형에 가입된 근로자에 비해 퇴직급여가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원리금보장형이 압도적인 DB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은 DC형의 수익률 변동성도 컸다. 4년간 수익률 변동성의 경우 DB형은 0.52%p로 안정적인 반면 DC형은 2.28%p로 그 폭이 컸다.

◇원리금보장-실적배당형 '편차'

실적배당형과 원리금보장형의 수익률 편차도 컸다.

2010년 원리금보장형의 수익률은 DB형 4.36%, DC형 4.09%로 나타나 두 유형이 매우 유사했다. 원리금보장형에 대한 퇴직연금사업자간 표준편차 역시 DB형 1.80%, DC형 1.67%로 였으며 수익률을 표준편차로 나눈 수익률도 DB형 2.43%, DC형 2.45%로 비슷했다.

그러나 실적배당형의 성과는 DB형이 DC형에 비해 더 양호했다. DB형은 10.81%, DC형이 8.34%이었으며, 사업자간 표준편차는 각각 4.29%, 4.12%를 기록했다. 사업자간 변동성을 고려한 수익률도 DB형 2.52%, DC형 2.03%로 DB형이 0.49%p 높았다.

이는 DC형을 선택한 근로자들이 원리금보장형 중심으로 자산운용을 하게 되면 현행 퇴직금제도를 유지하거나 DB형을 선택한 근로자에 비해 퇴직급여가 적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전문가들은 DC형에 가입한 근로자는 기존 퇴직금제도를 유지하거나 DB형에 가입한 근로자에 비해 낮은 퇴직급여를 수령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DB형은 투자전문가가 좀더 체계적이고 일관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반면, DC형은 투자 관련 지식이 부족한 근로자 개인이 운용에 대한 의사결정에 관여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투자교육 강화해야"

이에 투자성과가 직접적으로 근로자에게 귀속되는 DC형에서는 임금인상률이나 시장수익률에 상응하는 수익을 달성하도록 해 실적배당형의 비중을 높이고 근로자에 대한 투자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자에 대한 퇴직연금사업자의 투자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며 "정책당국도 기관투자가와 근로자 개인간 정보 격차를 축소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DC형 가입자가 임금상승률에 상응하는 투자수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적배당형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와 동시에 관련된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며 "적립금을 전문가가 집합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퇴직연금제도의 투자 성과 제고를 위해서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운용방법의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원리금보장형 중심 운용에서 벗어나 적절한 자산배분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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