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헤지펀드서 '미운 오리'…왜?
현대증권, 헤지펀드서 '미운 오리'…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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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렌탈 특허로 '눈총'…"특허신청 필요하다" 반론도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국내 대형IB 증권사 5곳 가운데 현대증권만 헤지펀드 운용사를 찾지 못해 '끈떨어진 뒤웅박' 신세다. 일각에서는 현대증권이 지난해 특허를 낸 '스톡 렌탈 서비스' 때문에 소위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리테일 풀' 특허가 걸림돌?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프라임 브로커리지 사업에 진출한 5개 대형 증권사 중에 유독 현대증권만 헤지펀드 운용사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삼성·KDB대우·우리투자·한국투자증권 등 다른 대형 증권사 4곳은 각각 2~6개 운용사와 헤지펀드 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할 예정이다.

이는 헤지펀드 사업에서 현대증권의 출발이 다른 증권사들보다 늦은 것도 주된 이유다. 현대증권은 대형IB의 조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 10월에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납입이 늦어져 해가 바뀌고서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달 출범할 KB자산운용이나 교보악사자산운용 등도 현대증권을 헤지펀드 파트너로 선택하지 않았다. 현대증권은 다른 증권사들의 두 배 이상(최대 500억원)이라는 운용 초기자금을 제공하겠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대증권과 손을 잡겠다는 운용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와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증권이 프라임브로커리지 사업에 진출하면서 강점으로 내세웠던 '리테일 풀' 대차 특허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테일 풀 대차 특허란 고객이 동의할 경우 그 고객의 주식을 리테일 풀(Retail Poool)로 만들어 이를 금융사에 빌려주는 시스템을 뜻한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1월 리테일 풀의 구성과 대여주식의 실시간 매도가 가능케 한 부분에 대해 특허를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은 해당 특허에 대한 독점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으며, 자신이 보유한 특허를 단독으로 쓰거나 경쟁사로부터 로얄티를 받을 수 있다. 로얄티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경고장을 제시하는 한편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다.

◇경쟁사들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여타 증권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각각 리테일 풀 등 대차거래 서비스가 달라 어디까지가 리테일 풀 특허고 어디서부터가 아닌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 현재는 4개 대형증권사를 포함한 많은 증권사에서 비슷한 대차거래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인 A사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경고장이 발송되지 않은 만큼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경고장이 오면 특허를 피해서 대차거래 사업을 계속할 방법을 찾아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자산운용업계에까지 고스란히 반영됐다. 현대증권이 특허권을 내세울 경우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지만, 현대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업계 분위기도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B 운용사 관계자는 "현대증권 외에 다른 증권사와 거래하는 헤지펀드 운용사는 현대증권이 요구하는 지급수수료만큼 대고객 수수료도 높여야 한다"며 "수수료가 늘어나는 만큼 영업하기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일단 대다수 증권사 및 운용사들은 헤지펀드 사업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테일 풀 특허 자체를 피하면서 비슷한 대차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C 운용사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특허를 냈다고 해도 대차거래 자체에 대한 특허가 아닌 만큼 다른 방법이 있다"며 "경고장을 보낸다 해도 대차거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D 운용사 관계자도 "수수료를 내지 않는 방향으로 찾아보고 있다"며 "대형 증권사들도 그런 분위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역시 다른 4개 대형증권사를 포함해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증권사 등에 특허침해에 대한 경고장을 보내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업계의 반발 때문에 아직 경고장을 발송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수수료를 받을지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결정 난 게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같은 업계 분위기와 달리 현대증권의 이번 특허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허청 관계자는 "업계에서 널리 통용되던 것이라도 특허를 내는 것은 필요하다"며 "특허를 내지 않고 있다가 향후 외국계 회사들이 몰려올 경우 자칫 특허를 빼앗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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