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물가 잡을 '묘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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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품목 가격인하 기대…"유통구조 개선돼야" 지적도

[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한-미 FTA의 발효로 일부 수입 품목의 관세가 철폐되면서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물가의 안정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유통구조 개선이 선결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한-미 FTA는 15일 0시부터 발효된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물품에 관세 인하 효과를 볼 수 있게 되며 이는 수입물가의 하락으로 이어져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한미 FTA가 발효되는 즉시 9061개의 수입상품(80.5%)의 관세가 인하될 것"이라며 "따라서 소비자들은 농축산물, 자동차, 가방류 등을 현재보다 값싸게 구매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품목을 살펴보면, 체리(24%), 포도주스(45%), 건포도(21%), 와인(15%), 의류(13%), 가방류(8%)에 붙는 관세는 즉시 철폐되고, 레몬(30%), 오렌지주스(54%), 생삼겹살(22.5%), 맥주(30%) 등에 부과된 관세는 2~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낮아질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한-칠레, 한-EU FTA의 효과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미뤄볼 때, 관세 철폐가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해 실시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한-EU FTA의 체결로 소매업체의 61%가 가격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나타났지만 소비자들은 이에 대한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

이는 유통구조 등 시스템적인 문제가 가장 컸다. 일부 품목만이 단기적으로 가격인하가 실시됐을 뿐 소비자들은 FTA의 전반적인 수혜를 입지 못했으며 일부 수입업자들의 '배 채우기'에 급급한 상황이 반복된 것.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미 FTA로 인해 업체들의 가격 인하가 시행돼 단기적인 반짝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이미 수입업체들이 일부 품목의 가격을 내린 상황이라 시장에 선반영돼 있는 측면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유통구조 등의 근본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체감 물가의 수준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고유가 등 대외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세계적인 기대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된다면 물가 인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한-미 FTA의 경우 이전 FTA와 기대효과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매겼다. 최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규모 수준은 매우 크고 수입되는 품목이 많기 때문에 기존에 체결된 칠레나 EU 등의 다른 여타 국가와는 분명 다를 것"이라며 "시장 경쟁구도가 형성될 경우 가격 인하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정부 역시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FTA를 저해하는 복잡한 유통구조와 각종 규제 등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개선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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