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 집값도 못 잡았는데···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 실효성 논란
4년 동안 집값도 못 잡았는데···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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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잠실·삼성·청담·대치동 5년째 규제···지난 4월 압·여·목·성도 재지정
집값 상승세 뚜렷한 반포 등은 제외 논란···자치구별 세부 허가기준도 달라
집값 내릴 때도 규제 사용···실거주 의무로 전세 물량 감소시켜 전셋값은 ↑
5월 30일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집값 안정화를 한다는 취지로 시행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 삼성·청담·대치·잠실동 일대가 내년까지 5년째 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주민 피로도가 높아진 데다가, 매수 후 실거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 공급 위축 우려를 낳고 있다. 전셋값 상승이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려 당초 허가구역 지정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서울시는 제9차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의 14.4㎢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 심의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에 대한 규제가 2025년 6월 22일까지 연장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지정 이유로 "서울 집값 회복되고 있는데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회복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시는 앞선 4월에도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에 대해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1년 더 연장한 바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 거래 시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주택 취득 후 2년간은 실거주 해야 하며 바로 전세 세입자를 들일 수 없다. 주요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에 규제를 해제할 경우 아파트값이 치솟을 가능성을 고려해 갭투자 등 투기를 차단하고 실거주 수요만 유입시키겠다는 의도다.

특히 삼성·청담·대치·잠실 지역은 2020년 6월 23일 처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후 5년째 재지정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피로도도 높아진 상황이다. 주민들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여전히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재지정 지역 내 아파트만 규제하는 데다가, 반포동같이 집값 상승세가 뚜렷한 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여전히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초 이들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최초 지정 사유는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등의 삼성동 개발로 인한 집값 급상승을 막기 위한 것이 컸는데, 그간 GBC 개발은 진행조차 되지 않고 있어 애초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진 것이다.

자치구별로 세부 허가 기준이 각기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토지거래 업무처리 규정'에 따르면 기존 주택 소유자가 토지거래 허가구역 내 주택을 매입하려면 구청장에게 사유를 소명하거나 기존 주택 처리(매매 또는 임대) 계획서를 제출하게 돼 있다.

여기서 서초구는 보유 주택의 지역에 상관없이 기존 주택 보유자에게 기존 주택을 팔았다는 매매 계약서를 요구한다. 양천구는 기존 주택이 서울인 경우만 매매 계약서를 제출하라고 한다. 반면 강남·송파·용산구 등은 1년 이내 처리 계획서만 받는다. 또 어떤 곳은 '매도'가 필수인데, 다른 곳은 사정에 따라 기존 주택에 '전세'를 놓은 걸 허용해 주기도 하는 등 허가 기준이 각각 다르다.

전셋값 상승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허가구역으로 묶이면 2년간 실거주 의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전세 매물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삼성·청담·대치동은 인근 논현·도곡·역삼동보다 아파트 전셋값이 2022~2023년 1.8%포인트(p) 더 높았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2020년부터 전세가를 비교해도 1.5%p 정도 차이가 났다.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는 이 격차가 2.6%p까지 벌어졌다.

이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해당 지역 전세 물량이 줄어들었고 전세 시장이 불안정해졌다"며 "전세뿐 아니라 월세도 이와 같은 분석을 했는데 허가구역 내 아파트 월세가 인근 지역보다 5%p 가량 더 높았다. 인접 동을 비교한 것을 고려할 때 무시할 수 없는 격차"라고 지적했다.

전세 공급이 위축되면 이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당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시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던 지난해에도 집값 급등을 막고 시장 안정화를 꾀하겠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유지했던 만큼, 해당 규제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크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허가구역 재지정 심의 과정에서 '실거주 의무로 인한 전세 물량 감소로 전셋값이 오른다'는 일부 위원의 발언이 있었다"며 "다만 허가구역 지정이 전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 판단이 어려워 전셋값 우려에 대한 부분은 반영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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