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배당 연금보험, '무기한' 출시 연기
무배당 연금보험, '무기한' 출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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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손보업계간 의견차 좁히지 못해

[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내달부터 판매하기로 했던 무배당 연금보험이 결국 소비자들에게 선보이지 못하게 됐다.

22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세제적격 무배당 연금보험 판매가 무기한 연기됐다. 판매시기가 가까워오고 있지만, 금융감독원과 손보업계간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규정 개정 작업은 거의 완료됐으나 보험료 책정과 관련해 일부 보험사들의 반발이 있어서 일단 보류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당국은 생보사만 판매할 수 있었던 무배당 연금보험을 손보사도 판매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작업을 진행했다. 고령화시대에 발맞춰 연금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유배당 상품은 자산운용을 통해 발생한 이익의 90%를 계약자에게 배당하고 10%는 보험사가 가져간다. 때문에 보험사는 계약자의 배당이익을 감안해 상품구조를 설계해 사업비가 높게 책정된다. 반면 무배당 상품은 계약자에게 배당을 하지 않아 사업비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험료가 싸다.

당시 손보업계는 생보업계와의 장벽이 더 허물어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겼다.

그러나 상품 조율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손보사들에게 고객이 기존 상품보다 10% 정도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도록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수수료를 대폭 낮추라고 요구했다. 월납초회보험료의 200% 이내의 금액을 신계약비로 쓰도록 사업비(신계약비) 규제를 강화시킨 것.

이에 손보업계는 반발했다. 타 상품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수수료를 주면 영업현장에서부터 관련 상품을 외면하게 돼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설계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수수료를 주는 다른 상품에 집중하지, 수익이 적은 무배당 상품을 판매하겠냐는 것.

생보사들이 겪은 부작용을 답습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었다. 현재 생보업계는 변액연금, 종신연금 등의 세제비적격 무배당 연금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들은 판매수수료가 월납초회보험료의 1000~1700% 수준. 세제적격 유배당 상품도 팔고 있지만 수수료가 더 낮은 탓에, 생보사 설계사들은 고객에게 유리한 세제적격 상품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주는 변액연금, 종신연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차판매를 하는 생보 설계사들은 유배당 상품 판매시 손보상품을 권유한다"며 "손보사의 수수료가 생보사보다 더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당국과 손보업계가 팽배히 맞서면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자 무배당 연금상품 판매가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당국이 영업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안의 핵심은 '세제적격' 무배당 상품을 통해 소비자의 권익을 강화하는 것인데, 결국 당국이 소비자 권익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너무 생보사의 입장만 대변해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세제적격 유배당 연금상품의 경우 생보사의 사업비가 손보사보다 낮으니, 무배당 상품은 손보사도 생보사 수준만큼 사업비를 낮게 책정하라는 생보업계의 의견을 대변해주고 있다"며 "이번 세제적격 무배당 연금의 경우 생보업계도 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국은 손보업계의 의견만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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