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차세대 여신시스템 '삐걱'
국민銀, 차세대 여신시스템 '삐걱'
  • 황철
  • 승인 2005.04.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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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결권 확대...부실여신 위험 노출
사업본부간 부조화, 업무혼선 가중

최근 국민은행이 바젤Ⅱ에 대비, 은행권 최초로 전면 개편한 여신시스템이 출발 초부터 삐걱대고 있다.

특히 개인형 SOHO여신시스템(SAPS)의 경우 첫 가동 후 열흘 남짓 기간 동안 4번이나 운영상 오류가 발생했고, 영업점장 전결기준 확대에 따른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지난 4일 의욕적으로 도입한 새 여신시스템이 3일 동안(13일~ 15일) 4차례나 운영 오류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스템 문제 보완을 위해 신용등급 상 영업점장 전결기준을 기존 6등급에서 9등급 이상으로 확대한 것으로 알려져, 부실여신 발생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여신리스크관리를 위해 영업점장 전결권을 제한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국민은행의 전결권 확대 방침은 전략적 접근이라기보다 시스템부실에 대한 임시방편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번 전결권 확대 방침은 여신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자 영업점장에게 결정권을 줘 위기를 모면하자는 것”이라며 “은행측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보다는 임시적 미봉책 마련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개인대출과 기업대출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SOHO여신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지나치게 개인신용 평가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호여신의 평가시 자영업체의 성장성과 안정성, 재무제표에 의한 현금흐름 등이 평가항목이 아닌 참조사항으로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환업무의 경우 여신규모가 적다는 이유로 SAPS 개발시 평가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SOHO여신시스템의 근거가 되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신빙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용평가 기준이 되는 SOHO ASS SCORECARD 개발을 위한 자영업자에 대한 관찰기간이 연체비율이 폭증한 2002년 말에서 2003년까지 9개월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위 관계자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고객과 직원의 적응력을 위해 전면 확대보다는 순차적 개편을 유도하자는 내부의견이 강했었다”면서 “그러나 개인여신심사팀의 무소불위적 일방통행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속출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공급업체인 엑스페리온사에 대한 불신도 가중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엑스페리온이 개인신용평가에 특화된 회사라는 점에서 기업여신평가에 약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이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다 영업모델로 부적격하다는 판단 하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밖에도 개별 여신시스템 담당부서가 세분화되면서 사업본부간 불협화음과 업무혼선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노조 관계자는 “동일 사업본부 내에서도 기업여신과 중소기업여신의 취급기준을 달리하는 등 업무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특히 신용평가는 SAPS에서 업무처리는 ALPS(기업여신시스템)에서 처리해야 하는 등 본부팀간 협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결권 확대에 따른 영업점의 불만과 통합부서 세분화에 따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시스템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변화에 적응하는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시행착오”라고 해명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세계적인 리스크관리 모델 개발 회사인 엑스페리온사에 의뢰해 기업여신, 개인대출, 개인형 SOHO여신, 여신사후관리 등 4가지 여신시스템으로 전면 개편,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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