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통계의 이면
취업 통계의 이면
  • 홍승희
  • 승인 2005.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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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보고는 여러 곳에서 나오는 가운데 조기퇴직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노동 일선에서 한없이 밀려나기만 하는 듯 보였던 50대들의 취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자료가 나와 흥미를 끈다.

불안한 소득구조로 인해 소비지출 억제가 가장 심했을 것으로 보이는 연령층인 50대가 다시 소비에 나설 요인이 드러나 보이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월 현재 전체 취업자는 2천257만6천명으로 1년 전에 비해 0.9% 증가했다.

이에 비해 50대 취업자는 350만3천명으로 1년 전에 비해 7.6%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증가율이 높은 것뿐만 아니라 50대는 취업자 수에 있어서도 사상 최대 규모라고 통계청이 밝혔다.

그런데 50대만 놓고 보면 분명 밝은 전망을 던져주는 듯싶은데 전체 취업자 연령 구조를 보면 그들의 높은 취업자 증가율이 다른 연령층의 취업자 감소 현상을 은폐시키는 구실을 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드러나 보인다.

50대 취업자 수가 24만6천명 늘어난데 비해 전체 취업자 수는 20만5천명 증가에 그친 것이다.

따라서 50대의 취업자 증가가 과연 장기적인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에 의문이 든다.

20, 30대 취업자 수가 오히려 감소한 가운데 40대 이상 연령층에서만 취업자 증가 현상이 나타나는 데다 50대만 과도할 만큼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현상은 결코 건강한 상태로 볼 수 없다.

이는 산업구조의 퇴행성과 노동시장의 임금 구조 악화를 반증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50대 취업자 규모는 IMF 사태 이후 조기퇴직 바람이 거세게 불던 지난 98년부터의 통계를 봐도 올해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50대에 직장에 붙어 있으면 민폐’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기존 직장에서 밀려나던 그들이 여전히 높은 취업률, 취업자 증가율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한 가계의 생계책임자로서 절박한 처지에 있는 그들이 열악한 고용조건이라도 모두 수용하며 노동 일선에 버티고 설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젊은 층은 그들의 미래까지 고려한 취업을 위해 재수, 삼수의 취업 전쟁을 치르고 있다면 50대는 무슨 일을 해서든 가족들 먹여 살리고 자식들 교육시켜야 한다는 당위 앞에 자신의 이력이나 능력 따위는 내팽개치고 돈벌이 전선에 매달리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가까이 아는 50대 후반 연령의 한분은 대기업 중견간부로, 중소기업 임원으로 일하다 물러났지만 지금 빌딩 경비원으로 재취업했다.

집 한 채와 약간의 저축이 있지만 저금리 시대에 꽂감 빼먹듯 저축금 까먹으며 지내기에는 생애 남은 기간이 아직 너무 길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금의 남아있는 저축금으로는 평균 수명마저 길어진 요즘 여생을 남의 도움없이 무사히 지낼 수준이 결코 안된다는 것이다.

요즘은 아파트 경비 자리를 둘러싸고도 경쟁이 매우 치열해 가까운 아파트 한 곳에서는 지원자들에게 비교적 고른 취업 기회를 줄 요량으로 경비원의 연령제한을 강화하는 고육지책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식당 종업원으로 취업한 이웃의 한 50대 여성은 그것만으로도 지금 매우 행복하다며 소득없이 지낸 시간들을 악몽처럼 떠올린다.

50대들이 새로운 창업을 하기에는 지난 경력들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획이나 대기업 총무, 경리 등의 조용한 업무 경력으로 도모할 창업 아이템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는 기술직들도 기술 현장 자체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어 섣불리 창업 엄두를 못낸다. 영업직 출신 가운데 창업에 나섰다 퇴직금마저 까먹는 이들도 흔하다.

너무 빠른 속도록 변하는 산업사회에서 새로운 시대의 일자리는 모두 젊은이들 몫으로 간주된다.

이런 가운데 50대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저임금 단순 노동이 대부분이다. 그

런 그들만이 새로운 취업을 하고 있다면 충분히 전체 산업구조의 파행적 구조를 염려할만하다.

그런 취업자 수의 증가가 과연 실제 소비진작, 경기회복이라는 사이클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지금의 소비 증가가 막연한 기대감에 의한 거품이 아니길, 취업률 증가라는 통계 수치가 신기루나 마술사의 손끝에 피어나는 장미 한송이는 아니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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