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전망하는 증권사 보고서, 속내는?
'금리인하' 전망하는 증권사 보고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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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경제 호전…금리동결 '무게'
채권평가액 증가 노린 '꼼수' 지적도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증권사들이 잇따라 3월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개선되면서 금리인하 명분이 줄어든데다, 이미 상당수 시장 전문가들도 금리동결에 무게를 둬 왔기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 교보증권, 키움증권, SK증권 등은 3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대증권, NH농협증권 등도 내달 금리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동안 시장에서는 국내외 경제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릴 명분이 줄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금리인하 주장 논거가 약해지는 상황"이라며 "최근 일방적인 원화 절상 압력이 진정되고 있고 글로벌 통화정책도 추가 완화에 신중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 역시 '금리동결'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지난 12일 금융투자협회는 3월 금통위에 대해 채권보유 및 운용 종사가 202명에게 조사한 결과 과반 이상인 53.8%가 기준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금리와 관련된 채권시장의 심리도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 금리 인하보다 동결에 무게를 실리고 있다. 이달 기준금리 채권시장지표(BMSI)는 전월대비 31.8포인트 상승한 146.2를, 금리전망 BMSI도 19.9포인트 상승한 115.9를 기록했다. 지표가 기준치인 100을 넘긴 것으로 향후 시장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는 의미다.

이와관련 일각에서는 '금리인하' 보고서가 증권사 실적과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평가액이 일제히 상승해 실적부진을 일부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7~10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나 낮추면서 국고채 3년물의 평균금리는 지난해 3월 3.55%에서 12월 2.85%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3분기(4~12월) 동안 전체 증권사들의 자기매매손익이 3조34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식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수탁수수료 수익이 33.8% 떨어졌던 것을 일부 보전한 것이다.

더욱이 올해 1~2월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도 4조원 수준으로 지난해 4~12월 보다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증권사들의 2012 회계연도 4분기(2013년 1~3월) 실적은 다시 한 번 크게 휘청일 가능성이 높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기업 평가와 마찬가지로 기준금리 전망 역시 증권사의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며 "다만 실질적인 압력이 있어서라기 보다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은 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처럼 증권사들이 실적보전을 위해 채권보유에 치중할 경우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채권 보유를 크게 늘렸는데 금리가 인상될 경우 손실액이 크게 늘어날 위험이 있다"며 "최근 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가 재개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채권으로 실적을 올리는 것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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