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조정하고 '긴축 모드' 시행···건설업계, 허리띠 졸라 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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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건설사, 급여 높은 경력직 올해 66%가량 축소···임원 30% 해고한 곳도
성과급 동결·직급 수당 삭감·'골프 비용 금지'도 나와···판관비도 수십억씩 절약
"수익률 개선위한 자구책···장기 경기 침체·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
(사진=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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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주택경기 침체와 유동성 위기 여파로 건설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내실 다지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안전한 사업을 선별 수주하고, 인력과 지출을 줄여 혹시 모를 장기 불황을 견디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채용계획 수립 건설사들의 경력직 채용이 크게 줄어든다. 건설업체인사관리자협의회가 건설사들의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건설사들은 올해 신입사원 채용을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하되 경력 채용을 지난해 대비 67% 줄인다. 11~20위 회사는 신입사원 채용을 10% 수준 늘리지만 역시 경력 채용을 66% 축소한다. 21위부터 50위 건설사는 올해 경력 채용 계획이 없으며, 51위 이하 기업들은 직원 채용 계획이 아예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주택 경기 침체로 공사 현장이 줄어들며 바로 투입해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의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축 착공면적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7568만㎡를 기록해 1년 전인 2022년(1억1084만㎡)보다 31.7% 감소했다. 회사입장에선 급여가 높은 경력직 채용을 줄이는 만큼 급여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신입사원 채용 수는 유지해 기업 외형 축소를 막고 향후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배경을 만들어두는 셈이다.

인사에선 채용뿐만 아니라 임원 구조조정과 내부 긴축 경영도 함께 이뤄졌다. 지난달 DL이앤씨는 상무·전무 등 임원급 10명 이상에게 3월 31일 자로 계약 해지,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다. 전체 미등기 임원 57명 중 30%에 육박하는 규모였다. GS건설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 2월부터 임원과 팀장급 이상에 대한 직급 수당을 30% 삭감하기도 했다. 더불어 법인카드 사용 일부 제한과 골프 비용 지출 금지, 부서별 예산 및 지출을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주요 건설사들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광고선전비와 접대비, 차량비 등을 책정하는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와 기부금 등 필수 지출이 아닌 부분의 비용 축소도 눈에 띈다.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호반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지난해 판관비를 수억, 많게는 수십억씩 줄인 모습이다. 아울러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건설사들이 낸 지난해 기부금은 약 606억원으로, 1년 전(653억원)보다 7.2% 가량 줄었다. △현대엔지니어링(83억원→29억원) △포스코이앤씨 (103억원→77억원) △현대건설 (169억원→103억원) 등이다.

건설사들이 이같이 비용 절약에 나선 이유는 매출 상승에도 불구 고금리와 건설원가 상승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조금이라도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신용등급 AA부터 BBB등급까지 각 등급군에 속한 건설사의 합산 매출액은 모두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률은 모두 감소했다. 개별 건설사로 봐도 등급 BBB- 이상 16개 건설사 전체 매출이 증가한 가운데 14개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침체된 건설 경기가 올해도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고, 업계에 부도와 폐업이 급증하는 등 유동성 위기설도 팽배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도 필요한 상황이다. 구체적으론 부채비율을 줄이고, 재정 건전성과 현금을 확보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것이 주요 건설사들의 올해 경영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는 '건설 전문가'대신 '재무 전문가'로 통하는 인사들이 회사의 새 대표가 되기도 했다.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와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 등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모기업의 지원이 없었다면 사실상 부도가 날 뻔한 상황이 있었다"며 "그만큼 건설사들의 자금경색이 심화됐고 유동성 확보, 신규 수주 또한 여의치 않아 당분간은 지출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장기 침체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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