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서울시 구룡마을 개발방식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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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대로 추진해야…강행 시 개발 불허"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구룡마을 정비계획은 무허가 판자촌 정비와 현지 거주민 재정착을 목적하는 사업인 만큼 공영개발방식이 바람직합니다. 토지주들의 민원이 있다고 해서 민간개발방식인 환지방식을 수용하는 것은 관련 법규상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당초 시가 발표한 공영개발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

서울 강남구가 개포동 구룡마을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시가 일부 토지소유주들의 민원에 밀려 '환지(換地)방식'을 혼용키로 한 것에 대해 강남구가 '공영개발'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환지방식'은 도시개발사업에 포함된 토지에 대해 보상비 대신 인근 지역 토지를 주는 것을 뜻한다.

20일 신연희 구청장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주민 주거대책 마련과 투기세력 차단이라는 원칙을 무시한 채 구룡마을 개발을 공영에서 민영으로 변경한 서울시의 결정에 반대한다"며 "공영개발 원칙을 지키라"라고 촉구했다.

이어 "공영개발사업은 도시개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개발을 위해 '수용·사용방식'으로 추진돼야 하며 환지방식을 사용하는 일반도시개발사업과 성격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수용·사용방식'은 부지개발 후 토지주에게 현금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신 청장은 "환지방식의 경우 대규모 토지를 매수한 토지주에게 개발이익이 귀속되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못해 최소한의 개발이익 환수도 불가능하다"며 "일부 토지소유주를 제외한 다수의 거주민은 기존 공영개발에 찬성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토지주들의 민원이 있다고 해서 기존 원칙을 무시한 환지방식을 포함한다면 전국적으로 공원 등을 불법 점용하는 무허가 판자촌에서 민원이 쏟아질 것"이라며 "영세 거주민들의 주거복지와 합리적 개발을 위해 반드시 취소돼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구룡마을은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서울 최대 규모의 무허가 판자촌으로, 1977년 도시자연농원으로 지정된 자연녹지지역이다. 이후 도시개발에 밀린 주민들이 모여 1242가구 규모의 대형 무허가 판자촌을 형성해 살아왔다. 88올림픽 이후 토지 투기 붐이 일면서 개발이익을 노린 투기세력이 이곳으로 불법 이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방식을 둘러싼 토지주, 서울시, 강남구 간의 갈등 때문에 30여년간 방치돼오다 2011년 4월 공영개발을 추진키로 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시 오세훈 前서울시장은 투기세력을 차단하고 영세민들의 재정착을 돕기 위해 시 산하 SH공사 주도로 민간 토지 일체를 수용해 2016년 말까지 임대 1250가구를 포함해 총 2750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수용·사용방식이 일부 변경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당초 개발이익 사유화를 막기 위해 민간이 소유한 땅을 강제로 수용하고 대신 토지주에게 보상비를 지급키로 했지만 도계위가 환지방식을 추가했던 것이다.

시 관계자는 "토지소유주와의 갈등 완화, SH공사의 초기 투자비(약 4000억원) 절감, 거주민 재정착을 위한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 저감 등을 고려해 이 같은 혼용방식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신 구청장은 환지개발방식의 최종 결정권자인 구청장과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로 시의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허가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지계획 인가권이 구청장에게 있는데도 시는 구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구룡마을 개발에 환지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도시개발법에서 규정한 시행방식 지정원칙에도 합당하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가 환지방식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경우 강남구는 환지계획을 인가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환지방식으로 추진할 바에는 개발 대신 서울시가 거주민 주거대책을 별도로 수립·시행하고 구룡마을은 자연녹지와 공원을 보존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강남구의 주장은 환지방식의 내용을 오해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구와 사전협의를 통해 개발방식을 변경했고, 오는 10월까지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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